[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재계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코로나19 양극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는 모두 동의하지만 한편에서는 상당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 또 손해를 본 기업을 나누는 기준을 세우는 것 부터가 쉽지 않다. 일종의 '기업 팔비틀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포스트코로나 불평등해소TF에 소속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뉴스핌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먼저 재원을 마련해 국민에게 '효능감'을 안겨준다면 자발적 참여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솔직히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거 같진 않다"면서도 "국가가 먼저 국채발행을 통해서라도 재원을 마련하고 효과를 낸 뒤 국민에게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준다면 자발적인 국민 참여도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익공유제의 타깃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저들의 영업실적을 세세히 따져보고, 국민들로부터 '그럴만 하다'는 동의가 있어야 동참을 요청할 수 있다"며 "쿠팡이나 배민이라고 무조건 타깃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위기가 왔을 때 일종의 보험처럼 준비해놓고 대비하자는 개념"이라며 "상대적으로 꺼져버린 쪽을 그대로 둔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01.20 mironj19@newspim.com |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인 이용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 돈을 걷어 재난지원금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건 아니다. 불이 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물을 한 바가지 붓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양동이로 붓는 것이 맞는가. 정답은 일단 끄고 보는 거다. 태안에서 유조선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료들이 돈 문제로 주저하자 노무현 대통령은 정면으로 돌파했다. 돈이 얼마가 들든 일단 막아내자는 취지였다. 그 이후 사고 수습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국민 동의를 얻었다. 지금 논의가 조삼모사일 수 있겠지만 양극화를 이대로 둔다면 상처는 크게 간다. 앞으로도 위기가 왔을 때 일종의 보험처럼 준비해놓고 대비하자는 개념이다.
-이익공유제를 놓고 과도한 시장 개입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저는 이익공유제라는 프레임보다는 사회 연대 혹은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봐야 된다고 본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가 상속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굉장히 좋다고 하지만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 상태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라고 다른가. 양극화 위기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위기가 겹치면서 촉발이 된 건데, 꺼져버린 쪽을 그대로 둔다면 미래가, 앞이 잘 안 보인다.
-이낙연 대표가 말한 이익공유제와 이용우 의원이 말하는 사회연대기금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익공유제는 위탁업체와 수탁업체의 성과 배분 혹은 플랫폼 기업에서의 성과를 나눠주는 측면으로 한정된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사람들 동의 없이 이익공유제를 말한다면 도리어 선악 프레임에 빠질 우려가 있다.
-사회연대기금이나 이익공유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예컨대 방역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일종의 재산권 제한이다. 당연히 보상 문제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헌법적으로 해야 될 의무는 있지만 명확치 않아 입법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곧 국가의 일인 만큼 먼저 국가가 나서 국채라도 발행해 연대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대신 시간이 걸리고 재원도 약하니, 만약에 돈을 번 기업이 있다면 기부를 받고 그 정도는 법인세를 공제해준다거나 하는 방안이 있다. 그냥 세금을 낸다기보다 이렇게 연대를 하는 방안이 선한 가치, 함께 간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국민 인식이 바뀐다면 자발적 기부도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국민 동의가 쉽게 이뤄질 수 있나
▲지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처음에는 "국가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런 걸 주나"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받다보니 "이는 국가가 해야할 일이다"라는 마음이 생긴다. 사회연대기금도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주변도 같이 봐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것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재난지원금)10만원 지급으로 되겠나, 국가가 먼저 재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도 좋다. 국가가 먼저 나선다면 국민 동의 과정이 서서히 생길 것으로 본다.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이 활황인 만큼 그들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플랫폼 기업이 과연 이득을 봤을까. 쿠팡은 적자가 더 많았다.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 활황이라 하지만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며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 정말 이익을 냈는지 따져보고 정책을 설계해 국민들이 봤을 때도 '그럴만 하다'는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여러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1994년부터 증권거래세에 농어촌특별세가 붙었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로 공업은 혜택을 봤지만 농어촌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득을 본 산업부문이 농어촌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개념이었다. 정책 디자인은 여러 방향으로, 또 경제학적으로도 가능하다.
-이익공유제 범주가 점차 넓어져 금융권도 거론된다.
▲은행이 거둔 이익을 유보하라는 금융 당국 건전성 기준은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라는 의미다. 국제금융 협약인 바젤3도 경기 하강, 경제 위기 대비를 위해 자기자본이나 1등급 자산 등의 보유 비중을 높였다. 은행도 주주의 것만은 아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 자금이 투입된 것은 은행에 그런 위기 대응 자금이 없어서였다. 다만 이 자체도 사회적 합의나 논의가 되어야 할 사안이다.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가능한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발적이지 않을 터다. 그래서 먼저 국가가 나서야 한다. 조세 저항은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우선 국가가 나서 재원을 마련하고 제대로 사용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렇게 효과가 나는 구나'라는 국민 인식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후 자발적 참여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처음에는 '저것을 왜 하는가'라고 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가. 다만 강제적으로 기업을 참여시킬 수는 없다. 처음에는 국가가 나서 시작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기업으로서는 각자 상황을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도록 기술적인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일종의 '준조세 저항'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누가 무엇을 한다더라도 믿음이 없다. 모두가 '나만 살면 된다'고 말하니 공공이라는 것이 무너졌다. 공공을 살리지 않고 이 사회가 계속 갈 수 있는가. 공동체 정신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가가 먼저 나선 뒤에야 코로나로 이익을 얻은 사람에게도 동참을 요구할 수 있을 터다.
-사회연대기금이나 이익공유제 재원 목표 금액이 있는가
▲목표 재원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코로나 불평등해소TF는 각자 생각하는 대안을 우선 찾는 상황이다. 저는 ESG채권과 같은 우선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방안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도급 과정에서 이익공유를 하려는 분들도 있다. 각자의 의견을 모아 본 뒤 논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대기업도 지원 대상이 되는가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도 지금 상황이 나쁘다고 해서 바로 청산하지는 않는다. 위기가 극복된 뒤 채무를 갚을 수 있다면 채무를 유예해준다. 사회연대기금도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공적기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동참'을 요청할 대상 선별은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우선 재무제표를 봐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실효성 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설계를 해내가야 한다.
-올해 내 추진이 가능한가. 내년이면 바로 대선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
▲논의를 해봐야 한다. 올해는 우선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할 수 있게끔 하는 장치를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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