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교보생명의 자회사이자 디지털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유사 텔레마케팅(TM) 조직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권유 전화를 하지 않은 '콜프리' 정책을 내세웠지만 실적이 좋아지지 않자, 텔레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보험업 인가 규정상 텔레마케팅은 '1사 1라이선스' 원칙이 적용돼, 교보생명만이 이 같은 영업이 가능하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라이프플래닛이 2018년 초 만든 CVM(Customer Value Marketer)조직을 통해 유사 TM 영업을 하고 있다. 현재 CVM 조직은 20명 가량으로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CVM은 초기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가입을 어려워하는 가망고객에게 전화, 가입을 돕는다는 게 출범 목적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미니보험 등에 가입하면서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를 한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고 신계약을 유도하고 있다. 사실상 TM과 같은 영업행위이다.
이를 위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CVM 모집 요건에 보험회사 하이브리드 채널 경험자를 우대하는 조건까지 내세웠다. 스크립트도 아웃바운드 콜(전화 영업)과 흡사한 형태라고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사실관계를 확인, 마케팅 정도 수신 동의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며 신계약을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다만 권유 상품이 TM전용 상품이 아닌 전화로 온라인 전용 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CVM조직을 확대하자 수익성이 높은 사망보험 초회보험료가 급증했다. 사망보험은 주로 종신보험과 정기보험으로 보장성보험의 대표 상품이다. 생존보험은 저축보험, 연금보험 등이다. 사망보험이 생존보험보다 더 많이 판매된 것은 CVM조직 도입의 효과로 분석한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교보라이프플래닛 보험 종류별 초회보험료 추이 2021.01.25 0I087094891@newspim.com |
문제는 교보라이프플래닛이 아웃바운드 콜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디지털보험사 인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이 TM을 할 경우 모기업인 교보생명이 TM영업을 접어야 한다. '1사 1라이선스'를 위반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 한 금융그룹 2개 이상의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규제다.
한화그룹이 투자한 캐롯손보는 디지털보험사 인가를 받으면서 한화손보는 온라인자동차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1사 1라이선스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에 캐롯손보는 온라인으로 자동차보험·일반보험을 판매한다. 한화손보는 캐롯손보와 겹치지 않도록 온라인으로는 장기보험만 판매, 자동차·일반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판매 상품에 대한 명확한 채널 분리가 캐롯손보 인가 조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인가를 하면서 디지털보험사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라고 주문했다"며 "TM을 하려면 인력이 필요한데 인건비를 높이면 디지털보험사의 정체성이 흐려진다"고 덧붙였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는 '총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100분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모집하는 보험회사'이다. 즉 법령 해석만으로는 TM을 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김성수 교보라이프플래닛 전무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인가를 받았다"며 "TM을 하기 위해 CVM조직을 운영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로 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인가 부대조건에 세부 항목을 정할 수 있다"며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는데 TM을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가서에서 작성된 영업범위를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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