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EV)의 화재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화재 우려로 리콜 조치를 받은 코나 EV는 대구의 한 택시회사에서 공용 전기차 충전기로 충전 중 불이 났다. 2018년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생산 중인 코나 EV에서 첫 화재가 발생 뒤 지금까지 코나 EV 화재 건수는 국내 11건, 해외 4건 등 총 15건이다.
새까맣게 타버린 코나 전기차에 현대차도 속이 타들어간다. 그동안 코나 EV 화재 원인을 조사해온 국토교통부와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코나 EV 화재를 두고 현대차의 제작 결함이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의 문제냐 등 다양한 가능성만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판매된 코나 EV 약 7만7000대 리콜에 나섰으나 코나 EV 일부 소비자들은 리콜 내용인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BMS) 업데이트로는 화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집단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를 교체해달라고 하니 현대차도 답답한 노릇일 게다.
현대차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현대차의 여정' 글로벌 광고에 나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영문 유튜브 갈무리] |
이런 상황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품질은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할 때마다 고객 지향의 품질주의를 당부했다.
정 명예회장이 생산 현장을 방문할 때면 국내는 물론 해외 공장의 경영진은 최고의 품질로 답해야 했다. 소비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작은 볼트 하나까지 정 명예회장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정 명예회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를 인수해 글로벌 자동차로 키워내면서, 2010년 현대·기아차를 전 세계 자동차 5위로 올려놨다. 정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낳았고,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를 전기차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는 신년사에서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며 "우리의 마음과 역량이 합쳐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정 회장의 위기 돌파 의지가 강하게 읽히기 때문일까. 코나 EV 화재에 대해 판매 중단 등 단호한 결정을 하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차량 판매 보다 소중한 것은 소비자와의 신뢰다. 소비자들은 현대차를 보고 차를 산 것이지, 어느 회사의 부품이 들어갔는지 잘 모른다.
현대차 생산품질담당 서보신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나 EV 기술적 제작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의에 "인정한다"며 "완벽하진 않지만 (향후 조치를 위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서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선 인사를 통한 세대교체라는 시각 속에서도 당시 서 사장이 코나 EV 화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밀려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내달 현대차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기아 CV(프로젝트명),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 등의 전기차를 줄줄이 출시하기로 했다. 순수 전기차 전용의 E-GMP 플랫폼을 적용해 테슬라, 폭스바겐 등과 격전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를 넘어 한국을 대표해 전 세계 회사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의 품질경영이 전기차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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