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외국인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이날을 제외하고 12거래일 연속 아모레퍼시픽 순매수 행렬을 이어갔다. 이 기간 외국인의 아모레퍼시픽 순매수 규모는 1266억원을 넘어선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사자 행진'이 이어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도 17%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주가 흐름 [사진=키움증권 HTS] |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과 면세점 등의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86억원, 5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35%, 47.91% 줄어든 수치다. 4분기에는 일회성 비용까지 발생하며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46% 급감한 7억원으로 추정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53% 감소한 1조1533억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선 오프라인 점포 정리와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이 반영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1월 강도 높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15년차 이상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근속연수에 더해 5개월치 급여를,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40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여기에 면세점 영업 현장 인력인 '미엘'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도 받았다.
메리츠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영업손실과 매출액을 각각 317억원, 1조688억원으로 내다봤다. 순손실은 70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비용이 발생될 예정이며, 희망 퇴직 관련 인력 구조조정 비용은 600억원, 국내외 오프라인 매장 축소 관련 유형자산처분손실은 4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아모레퍼시픽 로고. [제공=아모레퍼시픽] |
KTB투자증권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4분기 영업손실이 126억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시장의 기대치 대폭 밑돌 것으로 점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1조125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음에도 아모레퍼시픽을 향한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진 것은 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올해부터는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만 않았을 뿐이지 이미 지나간 이슈다. 오히려 향후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도 있고,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이 전년 대비 많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지난해 말 내놓은 브랜드력 강화 및 디지털 전환 등의 전략이 올해 점진적인 실적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조직 개편을 통해 설화수와 라네즈를 별도의 본부로 분리,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또한 코로나19로 부진을 겪은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정리하고 온라인 채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470곳이었던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수는 올해 300곳으로 줄어들 예정이며, 미국 내 매장 역시 대부분 철수한다.
윤정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빠른 실적개선과 함께 희망퇴직, 직영점 축소 등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어 영업 레버리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3%에 불과했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9.4%로 큰 폭의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