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김승동 기자 = 은행 등 금융회사는 '마케팅에 써도 된다'는 고객의 동의가 있을 경우, 계열사 등에 고객 개인정보를 넘길 수 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추구하는 금융지주에 특히 유리한 제도이지만 정작 해당 은행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2014년 카드 정보유출 사태 이후 몸을 사린 결과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일부 금융지주 은행들은 현재 고객으로부터 받은 '제3자(계열사) 마케팅 활용 동의서'를 계열사에 제공하지 않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는 동의서를 받되 (계열사에 고객정보를 넘겨 마케팅) 활용만 안했지만, 현재는 계열사 상품을 무료로 가입해주는 특정상품 가입 시를 제외하고 동의서를 아예 받지 않고 활용도 안한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도 계열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고객으로부터 동의만 받으면 계열사에 고객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과 상반되는 결정이다. 특히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은행 고객에 2금융 계열사가 영업을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2014년 카드 사태 여파라는 전언이다. 당시 신용카드사 3곳(KB·NH농협·롯데)에서 1억4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이는 다소 느슨했던 국내 금융회사 고객정보 보호 체계가 재정비된 계기가 됐다.
고객정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기간만 보관 후 파기하는 것이 골자인 '금융분야 개인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이 만들어졌다. 개인정보 수집부터 이용, 제3자 제공 등 단계별로 업무 처리기준을 촘촘하게 명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도 개정됐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도 잠깐 금지됐다. 그러다 금융회사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고객정보 공유는 2017년 다시 허용됐는데, 여전히 은행권에서는 계열사 간 정보 공유에 보수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 사태가 터진 후 고객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며 "고객이 동의한 사실을 잊고 금감원에 민원을 넣을 수 있는데, 금감원에서는 이런 민원을 불편해한다. 아예 '빌미를 제공하지 말자'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은 보험, 카드보다 평판 등 리스크 관리에 보수적"이라며 "은행으로서는 계열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얻는 게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현재도 은행은 내부경영관리 목적으로 고객 동의없이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비식별 정보를 공유해 상품 개발을 할 수도 있다.
계열사에 대한 은행의 미온적인 정보 공유는 오는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이후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금소법은 적합성원칙, 적정성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모든 금융상품에 6대 판매원칙을 적용한다. 위반 시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제재가 강해진다.
하지만 계열사의 불만은 크다. 고객의 상품 접근권을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 계열사간 상품에 대해 소개하는 등의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며 "고객에게 좋은 상품을 알리는 것조차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시너지만 강조하는 것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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