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된 시중은행들의 인공지능(AI)을 통한 직원 인사 배치 열풍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사람 손에 맡겨지던 인사를 보다 공정하고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대다수의 은행이 이미 AI 인사 시스템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전 은행권에서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은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한 뒤 결과값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직원 업무 숙련도와 영업점 직무 데이터를 활용했다.
또 기존 인사부가 총괄하던 방식에서 각 사업그룹과 영업현장(커뮤니티)에 인사권을 넘겨 자율적인 책임 경영을 통한 업무효율성과 신속성을 추구했다.
이번 신한 AI 인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 인재 발탁'이다. 여성 인재가 승진하고 주요 부서로 대거 이동했다. 특히 과장급 승진자 중 여성 비율은 42%로 과거 3년 평균 대비 10%포인트 확대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를 활용해 영업점 직원 이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직원 승진 지표를 기반으로 AI가 추천하는 승진 모델을 적용했다"며 "주관적인 의사결정을 최소화해, 앞으로 AI 인사를 통해 균등한 업무 숙련도를 갖춘 직원을 영업점에 배치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앞서 업계에선 KB국민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영업점 정기 인사에 처음으로 AI를 투입한 바 있다. 1100여명의 영업점 직원의 업무경력과 근무시간, 출퇴근 거리, 자격증 등을 고려해 최적의 근무지를 선정하고 인사 기준을 자동으로 검증했다.
지난해 IBK기업은행도 고도화된 인사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1만193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의 출퇴근 경로와 시간을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각 직원이 본인의 자동차로 출근하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 시간과 비용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을 취합해 데이터베이스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신년 인사 때 반영되진 않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AI 알고리즘 개발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번 정기 인사 때 적용되진 않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AI를 통한 영업점별 적정 TO 산출 등 데이터 기반 인사로 인력 효율성을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소규모 AI 인사만을 적용하고 있는 상태다.
은행권에선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전적이 있다. 그간 매 인사철 마다 원하는 지점에 배치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고, 인사가 끝나도 뒷말이 나오기 일쑤였다. 이제는 AI를 통해 객관적인 인사 단행하게 되면서 내부에서는 'AI 인사가 더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직원들은 출퇴근 거리가 줄어들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올라갔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직무가 맞지 않았던 직원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 원하는 부서에 배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인사 시스템이 마냥 긍정적인 건 아니다. 이미 인사 프로세스가 마련된 상태에서 필요 이상의 시스템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인사 시스템으로 인해 관련부서에서는 업무가 배로 늘어나는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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