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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방위비 협상, '총액제'→'소요충족형'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 이유

기사등록 : 2021-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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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위비 잔액 1조 넘고 미국서 추가로 요구할 부분 많지 않아
박원곤 "협상 합리성‧안정성 강화 위해 소요충족형으로 협상해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로이드 오스틴 미국 신임 국방장관의 입에서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 추진"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앞서 대선 후보 시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위비 대폭 인상 요구'를 비판했던 바 있기에, 신 행정부 출범과 함께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다시금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됐던 '13%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3월경 한미 양국은 2019년 분담금인 약 1조 389억원 대비 13% 인상된 약 1조 1739억원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었다.

한·미 대표단이 지난 2019년 12월 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9.12.3. [사진=외교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협상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의 무급휴직 기한인 4월 1일 전에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전문가는 "한미 양국이 서두른다면 충분히 그 전에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단순히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간 방위비 협상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던 요인을 제거하고 협상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위비 협상 전문가인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협상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지난해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던 제10차 SMA를 1년 연장하면서 1년 동안 협상의 틀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며 "협상 방식을 현재 '총액제'에서 '소요충족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액제'에서 '소요충족형'으로 방위비 협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은 그간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왔던 주장이다. 소요충족형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항목 별로 금액을 책정해서 협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으로 얼마, 주한미군 기지 관리 비용으로 얼마, 이런 식으로 금액을 책정하는 것이다. 일본은 소요충족형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처음에 소요충족형이 아닌 총액형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소요충족형 방식을 요구했었지만, 우리가 거절했다. SMA가 처음 체결된 것이 1991년인데, 당시 일본은 GDP(1인당 국내총생산) 약 4조 2117억 달러(1990년 기준)를 달성한 상태였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같은 시기 GDP가 약 6303달러에 불과했다. 경제규모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데, 일본처럼 소요충족형으로 협상을 체결했다가는 감당이 안 되리라고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협상 초기여서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우리측에서 더욱 소요충족형보다는 총액형 협상 방식을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평택=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에 위치한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

2021년,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규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예전만큼 미국이 소요제기를 할 항목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돈이 남는다. 2019년 기준으로 3년간 미집행된 방위비 분담금 잔액이 약 1조 3000억원, 잔액 이자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지금은 미군기지도 거의 캠프 험프리스(평택 기지)로 통폐합된 상태고, 주한미군 숫자도 앞으로 줄면 줄었지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며 "때문에 지금은 소요충족형으로 바꾸더라도 그렇게 우리가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소요충족형이 총액형보다 상호 합리적인데다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액제는 금액이 남아도 사후 확인이 어렵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쥐고 흔들었던 것도 총액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반면 소요충족형으로 바꾸면 미국이 필요한 부분에 소요를 제기하면 우리가 검토해서 그만큼 돈을 넣어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합리적이다. 또 설령 '제2의 트럼프'가 나타나더라도 흔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요충족형 방식이 불안정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상황을 안정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부분에 따로 소요제기를 하게 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예산이 더 많이 들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우리가 직접 임금을 지급하게 되니) 그들의 신분이 더 잘 보장될 것이고 무급휴직같은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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