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올해도 공공기관 지정을 피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최근 감독부실 사례를 지적하면서 전보다 무거운 과제를 안긴 상황이다. 3년간 금감원을 이끌어온 윤석헌 원장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한다고 29일 밝혔다. 기재부 측은 "최근 감독부실 사례, 금융감독 집행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금감원 지정을 유보하되 보다 강화된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부터 계량지표 비중을 30%대에서 40%로 확대하고, 부정행위 확인시 성과급을 환수해야 한다. 또 매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며 상위직급 추가 감축, 해외사무소 정비 등 조직운영 효율화에도 나서야 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020.05.11 angbin@newspim.com |
금융권에는 잇단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이 10년만에 공공기관에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금감원은 작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관련 전·현직 직원이 연루됐다는 의혹, 감독부실 책임 등의 지적을 받았다. 앞서 기재부도 공운위를 열기 전 금융위에 "금감원을 준정부기관으로 지정하겠다"는 의견을 보냈을 정도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면서 금감원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 유보 대신 받아든 과제가 한아름이라는 점에서 수장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도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최근 감독부실 사례를 감안했다"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2018년 5월부터 금감원을 이끌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진 기간이다.
2019년 하반기 환매 중단이 시작된 라임의 경우, 금융권에서 금감원의 검찰 수사의뢰가 늦어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 규모는 2019년 10월 6200억원에서 3개월 새 1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옵티머스의 경우에는 유령채권이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금감원이 판매 3년 만에 뒤늦게 알아차렸다는 점에서 질타를 받았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감원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활성화'에 따른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과 투자가 전보다 쉬워졌지만, 금감원에 관리 감독할 권한은 없어서다. 윤 원장이 작년 국감에서 "금감원이 가진 칼(인력과 수단)이 그렇게 날카롭지 못하다"며 "국민이 원하는 만큼 빨리빨리 대응해서 처리하고 개선하는 데 제한이 많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러나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는 동안 금감원의 대응이 신속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라임은 늦은 검찰 수사의뢰, 옵티머스는 늦은 검사 등이 각각 문제로 지적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긴 했지만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 감독부실이 지적됐다"며 "최고책임자인 윤 원장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1999년 무자본 특수목적법인으로 출범한 금융감독원은 2007년 공공기관에 지정된 바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감원도 공적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됐다. 그러나 2년 후인 2009년 금감원은 공공기관에서 풀려났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다.
금감원에 '공공기관 재지정' 그늘이 덮힌 기점은 2017년 채용비리 사태다. 2018년부터 기재부의 금감원 공공기관 조건부 유예 조치가 이어졌다. 2018년은 ▲채용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이행 ▲엄격한 경영평가 등이, 2019년에는 ▲3급 이상 비율을 5년 내 43%에서 35%로 축소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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