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이 지난 2018년 전격 탈퇴했던 유엔 인권이사회에 3년 만에 복귀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향후 북한 인권 문제에 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돌아간다"고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에 중심을 둔 외교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혀 왔다"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인권 문제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2021.01.28 kckim100@newspim.com |
앞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인 2018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당시 미국은 ▲인권탄압 국가들이 이사회에 포함돼 있고, 이들이 이사국으로 선출될 가능성 ▲이스라엘에 대한 인권이사회의 `불균형적'인 집중과 적대감 등을 탈퇴 이유로 제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이사회가 의제나 구성, 초점 등에서 결함이 있는 조직인 것은 맞지만 미국의 탈퇴로 인한 지도력 공백으로 권의주의적 의제가 있는 나라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복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우선 참관국 자격으로 복귀한다"며 "이 자격으로 인권이사회에서 발언하고 협상에 참여하며 결의안을 내놓는데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참관국은 이사국과 달리 인권이사회에 제출된 결의안에 대한 투표권이 없다.
미국은 10월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를 통해 이사국 선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 선거를 통해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이탈리아가 보유 중인 3개의 정회원국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인권이사회 복귀를 계기로 인권 침해국가들에 대해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동맹국과 우호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인권이사회에서 최악의 인권 침해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5일 열린 제8차 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2021.01.06 |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환영한다"며 "이번 결정이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존 시프턴 휴먼 라이츠 워치(HRW) 아시아담당 국장은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서울사무소를 만든 기구가 바로 인권이사회"라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조사와 정보 수집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나라가 인권이사회 내에 있는 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미국의 이번 복귀 결정으로 인권이사회 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인권 관련 가치관을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의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의 협력 강화와 북한 인권 개선에 뜻을 같이 하는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공동 지지를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이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지난 4년 동안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왔다"며 "북한 인권 결의안은 늘 있었지만 유엔 인권이사회 자체가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대가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다시 연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면서 북한인권 결의안에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다른 나라들도 북한 인권 문제에 관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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