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권력형 스캔들이었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2년여 만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내정자를 확정해 지원 결정하는 것은 청와대 비서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명시해 향후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신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은경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퇴를 강요해 이 중 13명이 사표를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02.09 pangbin@newspim.com |
이 사건은 2018년 12월 김태우 전 수사관(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환경부는 당초 문건의 존재를 부인하다, 김 전 수사관의 요청으로 이같은 문건을 작성해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문건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 환경부 산하기관 8곳의 임원 21명에 대해 사표 제출 여부와 그 진행상황, 출신 기관 등이 명시돼 있었다.
수사를 맡았던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 등을 차례로 압수수색하고 2019년 3월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청와대 윗선으로 향하던 수사 동력은 힘을 잃었다.
결국 수사팀은 인사 책임자인 조현옥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을 조사하지도 못한 채 수사 4개월여 만에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만 기소하면서 '맹탕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만으로는 조 수석과 공모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사실상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더 진행이 어려웠다"며 "청와대 내부에서 자료를 확보하거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있지 않고서는 환경부에서 압수수색한 자료만으로 규명이 안 된다. 나름 윗선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대로 안 됐다"고 해명했다.
수사팀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1심 판결을 하면서 검찰이 규명하지 못했던 '윗선'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신 전 비서관이 개인적인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한 행위는 아님이 분명하다고 못박은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피고인의 지위에 비춰 내정자를 확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 결정을 하는 것은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 가능성에 대해 "이제 막 선고가 난 상황이라 검토를 해야 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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