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약 1조6000억원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 책임자들이 1심에서 잇따라 유죄를 선고 받으면서 관련 재판이 반환점을 돌았다. 법원은 이들이 라임 펀드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을 속여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내달부터는 라임 사태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자필 입장문으로 촉발된 로비·술 접대 재판이 본격 시작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 부실 알고서도...펀드 설계·운용·판매 핵심들 '유죄'
14일 법원에 따르면 라임 펀드를 운용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원종준 라임 대표, 펀드를 설계·판매했던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본부장과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각 사건을 심리했던 재판부는 이들이 라임 펀드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은폐하기 위해 펀드 구조를 바꾼 뒤 부정한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채 펀드를 판매, 피해를 키웠다고 봤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이형석 기자 leehs@ |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오상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윤리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 전 부사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40억원을, 원 대표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가 투자된 해외무역금융 펀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 부실을 인지했음에도 라임 펀드를 모자구조로 구조화해 손해를 분산시켜 부실을 은폐했다"고 판시했다.
이 전 부사장과 공모해 480억원 상당의 라임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임 전 본부장은 적어도 펀드 손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투자자들은 기초자산 상당 부분이 상실된 모펀드에 투자되는 사실을 알았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판매한 혐의를 받은 장 전 센터장에게는 지난해 12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라임 펀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투자자들에게 계속 권유해 손실 규모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 녹취록·옥중 입장문에서 시작된 로비·술접대...3월부터 본격 재판
라임 환매 중단 사태와 함께 각종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재판도 3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A 부부장검사와 전관 출신 B 변호사에 대한 첫 재판은 3월 11일에 진행된다.
우리은행장에게 라임 펀드 판매 재개를 요청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에 대한 2차 재판은 3월 4일 예정됐다.
앞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은 1심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뉴스핌] 이형석 기자 = 1조6000억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해 4월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0.04.26 leehs@newspim.com |
로비 의혹의 시발점은 장 전 센터장이 등장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해당 녹취록에서 장 전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 명함을 보여주며 "라임, 이 분이 다 막았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에 대해서는 "로비를 어마무시하게 하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의 고향 친구다. 그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골프비용과 술값 등 총 3367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라임과 관련한 금감원 내부 정보를 건네준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이후 김 전 회장이 옥중 자필 입장문을 공개하면서 의혹은 구체화됐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관 출신 변호사를 통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술집서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폭로했다.
윤 전 고검장과 관련해서는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장 로비 관련해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 수억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중이던 지난해 3월 20일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여권에 로비를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의혹에 연루된 인물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 민주당 의원, 이수진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출신 김갑수 씨 등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이후 "라임 사태 발생 이후 여당 의원을 직접 만난 건 딱 한 차례"라며 "나머지 의원들은 2016년에 만났던 일이고 라임 펀드와 관련해서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고 번복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 대신증권·신한금투 '관리소홀'로 기소...KB증권·우리은행 운명은?
라임 펀드 판매 법인들도 잇따라 재판에 넘겨진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락현 부장검사)는 지난달 22일 대신증권과 신한금투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사기적 부정거래·부당권유 행위 양벌규정으로 기소했다.
대신증권과 신한금투는 각각 장 전 센터장과 임 전 본부장의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종업원이 위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법인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KB증권과 우리은행 법인도 기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KB증권과 우리은행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라임 펀드 판매·운용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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