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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논의에 항공업계 '술렁'…장거리노선 대한항공·LCC 경쟁구도 가열

기사등록 : 2021-02-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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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발 국제선 확대 노리는 LCC 수혜 가능성
유럽·미주 등 장거리 노선 관건…대한항공, 에어부산 활용 고심
정치논리 작용으로 계획 변경 우려…지역 공항 포화도 걱정
"생존 어려운데 비효율 커질수도…슬롯 배분 공정해야"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항공업계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에 급물살을 타면서 술렁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현실화할 경우 부산발 국제선의 확대 여지가 커지는 만큼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다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논의에 속도가 붙는 상황이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갖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0.11.26 kilroy023@newspim.com

◆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26일 본희의 통과 가시화…장거리 노선 항공사·슬롯 배분이 관건

19일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 의결이 예정돼 있다. 앞서 17일 국회 교통소위원회 심사와 19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 심의·의결 후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게 된다. 여야가 한 목소리로 2월 임시국회 내 특별법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어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현실화하면 항공사들은 장기적으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지역발 국제선 확대 경쟁을 벌였던 LCC들이 이익을 늘리기가 용이해진다. 주변 입지 제한으로 인해 확장성이 떨어지는 김해공항에 비해 가덕도 신공항은 공항 규모를 확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인 슬롯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들이 가져가게 될 이익도 그만큼 커진다.

특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장거리 노선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미국 LA나 프랑스 파리 등 주요 장거리 노선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어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진행 중인 만큼 통합 대한항공이 유일한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지만, 항공기 기술 진화를 고려하면 LCC 역시 부산에서 장거리 운항이 가능할 수도 있다. 현재도 중·소형 항공기 가운데 A321XLR 등은 부산에서 유럽 노선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다만 운항 원가를 고려할 때 장거리 노선에 중·소형기를 실제로 띄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형기는 한 번에 많은 티켓을 판매, 규모의 경제를 일으켜 단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데 반해 중·소형기는 비효율이 생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할 잠재 소비자 규모로는 대형기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소형기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신공항의 슬롯 배분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부산을 거점으로 둔 에어부산이 슬롯 배분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기존 김해공항의 국제선은 모두 신공항으로 넘어가는데,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는 기존에 슬롯을 배정받은 항공사에게 추가 슬롯을 배분받을 우선권을 부여한다. 김해공항 내 수요가 많은 시간대 슬롯을 상당수 보유한 에어부산이 그만큼 유리하다. 지역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공항 건설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만큼 변수도 많다. 부산 지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마무리 후 만들어질 통합 LCC가 가덕도 신공항의 거점항공사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통합 대한항공의 영향력도 커지지만 서울에 거점을 둔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부산으로 거점을 옮기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양사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런 점을 고려할지도 관심사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김해공항 확대안 재검토 사라져…대구·경북 신공항 추진 등 공약 남발도 우려

다만 항공업계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논의가 부산시장 보권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역 경제는 물론 항공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보다는 정치권의 지역 민심 공략의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특히 업계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번복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기존에 추진되던 김해공항 확대안에 대한 검토단계가 사라진 채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기존 김해공항 확대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낸 이후 정치권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해 신공항 건설이 불가능하다면 그 대안의 하나로 가덕도가 타당한지 검토하는 단계는 사라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무총리실의 김해 신공항 추진 재검토 발표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로 귀결되면서 김해 신공항의 타당성 여부 논의는 실종됐다"며 "김해공항 포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여러 차례 번복돼 온 만큼 건설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특별법이 통과돼도 총리실 검증에 대한 해석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최근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되지만) 사전타당성 조사나 기본 계획성 수립, 이후 행정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실 발표에 대해서도 "김해 신공항을 중단할 정도의 문제인가 등을 파악해야 입장을 정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제처에 관련 해석을 의뢰한 국토부는 법제처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계기로 선심성 지역 공항 건설 공약이 남발하는 것 또한 우려 요소다. 지난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연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특별법 공청회가 대표적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각각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 2건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맞대응 성격으로 추진되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역 공항이 우후죽순 생겨날 경우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치킨게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공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 공항이 확대되면 한정된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만큼 업계 내 비효율이 커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항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는 공항 운영에서 슬롯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항공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정치적인 논리보다 항공업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unsai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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