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HMM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배재훈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는 등 경영 성과를 보여준 배 사장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배재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1.21 alwaysame@newspim.com |
◆ 운임 상승·해운동맹 가입 등 실적 기여…6분기 만에 물동량 '증가'
18일 업계에 따르면 HMM과 산업은행은 조만간 HMM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후임 사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장 후보는 이사회 승인 이후 오는 3월 열릴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게 된다.
배 사장의 연임이 거론되는 이유는 단연 실적 개선이다. HMM은 지난해 1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98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동시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 8000억원 후반대를 예상한 증권업계 전망치보다 1000억원 이상 이익이 늘어난 '깜짝 실적'이었다.
HMM의 실적 개선은 컨테이너 운임의 고공행진 덕분이다. 아시아에서 출발하는 해운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0일 기준 2825.75로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일부 꺾였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운임 수준은 여전히 세 배에 이른다. 특히 4분기 들어서만 120% 이상 운임이 상승하며 HMM의 이익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28.3%에 달한다.
운임 상승과 동시에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가입 역시 이익을 개선한 주요 요인이었다. HMM은 작년 4월부터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면서 서비스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여러 선사가 모인 해운동맹은 다양한 노선을 함께 운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해운동맹 가입으로 노선이 20개에서 27개로 늘어나며 분기별 물동량이 11% 증가, 6분기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해운동맹의 중요성은 글로벌 해운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 최근 몇 년 사이에 특히 부각되고 있다. 초대형 선박 증가로 해상운송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물량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화주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한 네트워크가 선사들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 작년 4월부터 투입된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인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이 적기에 투입된 것 역시 실적 개선 확대로 이어졌다.
◆ 배 사장, 취임 후 책임·현장 경영 강조…'해운 재건 5개년 계획' 후반기 수장에 관심
HMM이 실적 개선을 토대로 국내 해운업 재건의 발판을 마련함에 따라 배재훈 사장의 연임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9년 3월 취임한 배 사장은 오는 3월 27일까지가 임기로, LG전자 MC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 범한판토스(현 판토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배 사장은 선임 당시만 해도 해운업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부진에 빠진 현대상선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판토스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내는 등 물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 사장 선임으로 이어졌다.
배 사장은 취임 후 책임 경영과 현장 경영에 방점을 뒀다. 우선 취임 후 두 달 만인 2019년 5월부터 매달 HMM 주식을 매입해왔다. 취임 이후 주가가 5배 가량 올랐지만 지난달에도 추가 매수를 이어갔다. 현재 배 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8만5090주로 이날 종가 기준 13억원이 넘는다.
최근에는 노조와 임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립 후 첫 선원 파업 위기를 앞둔 작년 12월 31일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하에 열리는 임금 및 단체협상안(임단협) 2차 조정 회의에 배 사장은 사측 대표로 직접 참석했다. 노조는 당초 8%대 임금 인상을 주장했지만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벌인 협상 끝에 최종적으로 2.8% 인상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피할 수 있었다.
배 사장의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HMM은 선복량 확대 등 추가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 추가 선박을 인도받아도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 선복량인 105만TEU의 80% 수준인 86만TEU다. 해운동맹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추가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MM 역시 지난 16일 초대형 유조선(VLCC) 3척 용선을 결정하는 등 몸집 불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차기 사장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후반기에 들어가는 만큼 HMM의 성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배 사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채권단의 판단에 따라 배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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