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남구준(54) 경남경찰청장이 초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낙점됨에 따라 수장 없이 출범한 국수본이 50여일 만에 진용을 갖추고 본격 가동을 하게 됐다. 경찰의 책임있는 수사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초대 국수본부장이 내부 발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한다는 당초 국수본 신설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표적 수사통…혼란없이 기존 수사 유지
2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날 남구준 청장을 초대 국수본부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대통령 재가 등 임명 절차가 남았지만 그간 이미 물밑에서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 청장의 초대 국수본부장 확정은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진다.
남구준 경남경찰청장/출처=경남경찰청 홈페이지 wideopen@newspim.com wideopen@newspim.com |
남 청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마산 중앙고와 경찰대(5기)를 졸업했다. 경남경찰청 수사과장과 경찰청 형사과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경남경찰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남 청장은 특히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 시절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텔래그램에서 여성 성 착취 영상·사진을 제작·유포한 일명 '박사방'과 'n번방'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경찰 내부 대표적 '수사통'으로 국수본부장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경찰청은 "국수본부장은 3만여명이 넘는 전국 수사경찰과 함께 18개 시·도경찰청장을 총괄 지휘하는 등 책임성과 전문성이 중요한 자격 요건"이라며 "그동안 적임자를 검토한 결과 내부에서 추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내부 발탁 한계…수사 전문성·독립성 확보가 관건
경찰은 당초 초대 국수본부장에 외부 인사를 검토했다. 전문성을 갖추고 개혁적인 외부 인사를 통해 경찰개혁 취지를 살린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경찰은 국수본부장 공모에 서류를 낸 백승호 전 경찰대학장과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 이정렬 전 부장판사 등 5명 후보를 놓고 고심했지만 적임자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백 전 경찰대학장은 대형 로펌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었고, 나머지 후보들의 경우에도 경찰 수사를 책임지는 국수본부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결국 내부 발탁으로 가닥을 잡았고 남 청장을 단수 추천했다.
남 청장이 최종 임명되면 별다른 혼란없이 수사 업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설 조직인 국수본을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 공모를 해놓고도 경찰 내부 발탁으로 최종 선회하면서 경찰개혁의 빛이 바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국수본부장은 경찰 조직 2인자인 치안정감으로, 남 청장은 나머지 치안정감 6명과 함께 차기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가 됐다.
아울러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대 출신 전성시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 청장은 경찰대 5기로, 경찰청장(김창룡·4기), 서울경찰청장(장하연·5기)과 더불어 경찰 조직 핵심 3자리를 모두 경찰대 출신이 꿰차게 됐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정훈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 최승렬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 등 관계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국가수사본부 현판식을 열고 개편 수사 조직을 본격 운영한다. 2021.01.04 yooksa@newspim.com |
경찰 수사 독립성 확보에도 의문 부호를 남기게 됐다. 남 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국정기획상황실) 근무 경력이 있다. 청와대와 경찰청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입장에서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책임지는데 검사 출신이나 변호사 등 외부인사에게 수사 총괄 자리를 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표면적으로 외부 인사를 초대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하면 좋았겠지만 일단 공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현직자가 국수본부장을 맡아서 앞으로 수사를 잘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경찰 조직이 전부 질 것"이라며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는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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