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채용비리 연루 직원의 승진으로 표면화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노동조합 간 갈등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윤 원장이 제안한 '인사 태스크포스(TF)'를 거부하고 윤 원장 연임을 저지하기 위한 '시리즈 지적'을 예고했다.
금감원 노조는 8일 '누구인가? 누가 인사를 하였어?' 소식지를 통해 지난 5일 윤 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 원장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채용비리 연루 직원이 승진한 것과 관련 "국장 인사만 신경 썼고 팀장 이하는 문제없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인사 TF'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02.17 kilroy023@newspim.com |
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승급적체 문제를 3년 가까이 방치하다 갑자기 TF를 만들겠다고 한다"며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으면 이런 말을 하느냐"고 분개했다. 이에 현 상황에서 인사제도 개선 TF는 실효성 있는 방안이 아니라고 판단,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이번 인사를 두고 "채용비리 가담자에 대한 무리한 승진, 핵심부서 6년 연속 근무, 노골적인 라인 만들기, 2~3년 주기 순환배치 원칙 무시 등 수많은 반칙이 '공정인사'로 포장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문제를 시리즈로 지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인사에서 채용비리 연루 직원 2명이 승진한 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윤 원장에 책임을 묻는 입장을 낸 후 25일 금감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일에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윤 원장에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러면서 '자진사퇴'도 요구했다. 윤 원장이 오는 5월7일 임기가 만료되는데, 최근 금융권에 그의 연임 의지가 크다는 이야기가 돌아서다.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74세 윤 원장이 스스로 연임론을 피우는 것은 노욕"이라며 "윤 원장이 이번 인사참사를 책임지는 방법은 사퇴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조가 거취표명 시한으로 제시한 지난 5일, 윤 원장이 노조와 대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노조는 윤 원장에 '연임 포기'를 요구했다고 한다. 윤 원장은 '인사는 인사권자의 영역'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윤 원장의 연임 반대, 사퇴를 위한 투쟁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주부터 투쟁 수위를 올릴 방침이라 진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소식지를 시작으로 청와대 등에 윤 원장의 연임 반대와 사퇴를 요구하기로 했다. 채용비리 연루 직원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법적조치도 검토 중이다.
한편 금감원 채용비리는 2016년 국정감사 폭로 후 내부 감찰,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밝혀진 사실이다. 연루자들은 줄줄이 금감원 내부 징계를 받았고, 주도한 임원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금감원은 매년 고강도 쇄신을 요구받았다.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이행, 3급 이상 비율 43%에서 35%로 축소 등이 대표 과제다. 출범 이래 처음으로 경영평가 C등급(2017년·2018년)을 받아 직원 성과급이 줄고 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특히 예산은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노조로서는 채용비리 이후 '진급 제한', '임금 삭감' 이중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용비리 연루자를 승진시킨 사측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