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북한의 국경봉쇄가 이어지면서 생활고가 심각해지자 북한주민들은 물론 무역 관련 간부들도 봉쇄가 풀리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북한당국은 '국경 봉쇄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지난 5일 "요즘 신의주시 등 국경지역 주민들의 무역 재개에 대한 열망이 여느 때 없이 높아지고 있다"며 "조·중 세관을 개방하는 것만이 현재 처한 민생의 어려움과 국가경제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를 잇는 '조중친선다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식통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처음 발생한 후 우리(북한)나라는 지난 해 1월22일부터 국경봉쇄조치를 단행했다"며 "1년 넘게 공식무역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심각한 생계난에 직면했는데 당국에서는 무조건 국경을 차단하고 기초 생필품 수입조차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또 "요즘 장마당에서 우리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초 식품인 맛내기(미원)는 달러 현금을 주어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수입품은 물론 국산품도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을 하지 못해 주민들 속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하다는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어서 "주민들의 민생이 파탄난 가운데 그동안 중국의 투자로 운영되었던 내각 소속의 무역회사들도 심각한 자금난으로 파산지경에 놓여있다"며 "운영자금이 바닥 나 문을 닫게 된 국가무역회사들이 급기야 소속 기관 간부들을 통해 이달 초 중앙에 '국경세관개방 제의서'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증언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중앙에 올린 '제의서'에는 지금이라도 국경을 개방하면 무역을 통해 당장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코로나에 걸려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주민들의 절박한 심정도 함께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하지만 지방 간부들의 '세관개방제의서'는 최고 존엄에 전달되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고 전달되었다 해도 묵살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국경 개방은 고사하고 '지금 국경 개방이니 무역재개니 하고 떠드는 것은 코로나사태의 위중성을 이해 못하는 철없은 소리'라는 중앙 당국의 지침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무역부문 간부소식통은 7일 "국경봉쇄를 명령한 주체가 최고존엄(김정은)인데 지금 주민들의 요청에 떠밀려 세관을 개방한다면 결국 최고 존엄의 권위에 흠집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역부문 간부들의 세관개방제의서가 휴지통에 들어갔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요즘 주민들 못지않게 국경이 다시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방의 각 기관 소속 무역회사 간부들"이라며 "국경이 1년 넘게 차단되면서 가까스로 지탱해오던 무역회사들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폐업할 지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코로나사태 이전에는 무역회사간부라면 남보다 아주 잘 사는 부류에 속했다"며 "하지만 국경봉쇄이후 무역이 중단되고 중국 대방의 투자도 끊긴 상황에서 무역회사 간부들의 생활이 일반주민에 비해 나을 게 없는 곤궁한 처지로 전락했다"고 언급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즘 신의주 등지의 무역회사 간부들이 중국의 거래처 대방에게 생필품이나 기초 식품을 조금이라도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국경 세관에서 통관시켜 주겠다는 확약서가 없이는 물건을 보낼 수 없다는 중국측의 대답에 무역회사 간부들은 국경이 재개되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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