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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츄라이] 만두맛은 거기서 거기?...비비고가 세계 점령한 이유 따로 있다

기사등록 : 2021-03-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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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고기만두, 풀무원 얇은피 땡초만두 전격비교
비비고 만두 이미 1위인 만큼 '왕좌'지키는 것은 과제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어렸을 적 방과후 문방구(?)에서 사먹었던 백원짜리 김치만두는 별미 중 별미였다. 엄마가 불량식품이라면서 먹지 못하게 해도 늘 주머니 한 켠에 이백원을 품고 다녔다. 배탈이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료 탓이었을까, 위생에 무지했던 탓이었을까 한 차례 크게 앓은 뒤로는 만두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랬던 기자가 만두를 다시 먹게 된 건 무려 15년 만의 일이다. 계기도 거창하지 않다. 유튜브에서 '만두 먹방'때문에 15년 동안 끊었던 만두를 다시 접하게 됐다.

오랜 만에 재회한 만두는 '비비고 고기 만두'와 '풀무원 얇은피 김치만두'였다. 유튜버가 먹던 것이어서다. 혹여 배탈이 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먹고싶은 마음이 더 앞섰기에 힘차게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먹자마자 '역시 대기업'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끔히 한접시를 비웠던 것 같다. 더 이상 만두는 기자의 기억속 어딘가에 묻혀있던 '백원짜리 불량식품'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비비고와 풀무원 만두, 직접 먹어봤다. [사진=김아랑 기자] 2021.03.11 jellyfish@newspim.com

15년만에 재회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비비고와 풀무원의 제품 중 두 가지를 선정해 체험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CJ제일제당에서는 비비고 고기만두, 풀무원에서는 얇은피 꽉찬속 땡초만두를 선정했다. 두 제품 모두 쪄서 먹었다.

두 제품을 먹어보고 느낀 점은 두 가지다. 우선 피가 얇아서 먹기 편했다. 또 보기보다 매워서 당황스러웠다. 불닭볶음면처럼 '훅 치고 들어오는' 매운 맛이 아니라, 서서히 매워지는 맛이었다. 총 여섯 알을 먹었는데, 다 먹을쯤 입안이 알싸해져 있었으니 말이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두 만두 모두 청양고추가 포함돼서였다. 사실 비비고 고기만두는 그냥 '고기만두'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안에 청양고추가 숨어있었다.

처음에는 풀무원 땡초만두 때문에 매운 것이라 여겼지만, 비비고 제품 봉지 하단을 보고는 아차 싶었다. 봉지에는 "청양고추로 깔끔한 고기만두"라는 표어가 있었다. 또 맨 하단에는 돼지고기 22.61%와 청양고추 2.36%라는 성분 표시가 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다.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핵불닭볶음면까지는 썩 괜찮게 먹는 정도다. 그런 기자가 두 종류 만두 여섯 알을 먹고는 '씁하 씁하' 거릴 정도였으면 두 만두는 꽤 매운 편에 속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물론 매운 맛이 오히려 입맛을 끌어올리는 매력은 있었다. 점심에 사서 먹은 후 저녁에도 또 쪄서 먹었으니 말이다. 두 제품 모두 상대적으로 '비인기' 제품인데도 손이가는 맛이었다. 적어도 소비자 1명은 완전히 포섭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비주류 제품까지도 '맛있게 뽑아내는' 제품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시장 지배력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진단해본다.

[서울=뉴스핌] 이서영 기자 = 기자가 먹어본 비비고와 풀무원 만두. 왼쪽이 풀무원 땡초만두, 오른쪽이 비비고 고기만두다. 2021.03.11 jellyfish@newspim.com

실제로 비비고는 이미 세계의 중심에 서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외에서도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냉동 만두 수출이 5089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화로 약 570억원 가량이며 전년 대비 46% 증가한 수치다.

특히 CJ는 비비고가 미국 현지 입맛을 빠르게 잡을 수 있기 위해 생산 시설 뿐 아니라 연구개발 조직도 현지에 뒀다. 연구개발과 현지화 코로나19가 겹쳐 지난해 비비고 만두의 국내외 매출은 한국 단일 식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쾌거를 달성했다.

풀무원 역시 '얇은피 만두' 강자로 떠오르면서 만두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얇은 피 만두 덕에 냉동만두 업계 5위 사업자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자가 15년 만에 만두를 먹은 후 '역시 대기업'이라는 생각이 스친게 우연은 아닌 셈이다.

이미 만두는 세계적인 식품이 됐다. '덤플링'이 아닌 '만두'로 불리는 시대에 당도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잘나가는 기업에게도 과제는 있다. 다름 아닌 계속해서 시장의 '왕좌'를 지키는 것이다. 1980년대를 주름 잡던 해태제과의 '고향만두'가 왕좌를 내어준 것이 적절한 예시다.

고향만두는 출시 이후 30년 가까이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음에도 일순간에 업계 3위로 밀려났다. 비비고 왕교자가 시장에 출시되면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다. 1차로는 '맛'에서 밀렸다. 간 고기를 쓰던 고향만두와는 대조되게 비비고는 칼로 다진 고기를 써서 식감을 살렸고 만두의 '고급화'를 이뤄냈다.

물론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약진도 이유겠지만, 고향만두는 어느 순간부터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지 못했고 마케팅 역시 부족했던 것이다. 30년 1위를 하다보니 안주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식품시장에서 피해야 할 것으로 '안주하는 것'을 꼽는다. 이미 세계의 중심에 선 비비고 만두, 또 치열하게 쫓아가는 풀무원 모두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이지 않을까.

jellyfi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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