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여야는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관련 국회의원 전원 전수조사 및 특별검사 도입을 논의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여당은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야당은 "우선 순위를 뒤바꾸는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여야 간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원 300명 토지 전수조사를 국회 차원에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LH 특검'은 이날 오전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당에 정식 제안하고 김태년 원내대표가 수용하면서 여야 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관련 논의에 들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양당 지도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300명이 솔선수범해 먼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전수조사 하자고 제안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주 원내대표가 '여당이 먼저 하면 알아서 하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특검과 전수조사를 수용하자는 입장"이라면서도 "민주당부터 하자는 의견을 민주당이 용기 있게 받아줬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관련한 특검 수사에 대해서도 이견만 확인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특검으로 (수사를) 진행하자"고 주장했지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특검은 준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 합동 수사의 주체를 검찰로 전환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은 합의 구성에만 2달 이상이 걸린다"며 "우선 검찰을 중심으로 한 정부 신속 수사 이후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2일 오전 서울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만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1.03.12 kilroy023@newspim.com |
◆ 野, 300명 전수조사..."우선순위 뒤집으려는 물타기"
야당은 여당의 전수조사·특검 주장이 문제의 본질을 비껴가는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집권 여당을 향한 국민적 분노를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개발 정보는 대체로 개발 정책 권한을 가진 여당이 먼저 할 수 있고 야당은 그런 정보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저희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면서도 "개발정보는 지자체장들이라든지 지자체 관련된 공기업들이 처음부터 계획을 짜고 구역을 설정하기 때문에, 수도권엔 특히 여당이 압도적으로 지자체장이나 지방 의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어도 (지자체장, 지방의원에 대한) 먼저 내지 동시 전수조사가 실시 돼야 한다"며 "혹시나 열화와 같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야당을 같이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민주당 소속으로 책임 있는 사람들부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선순위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3기 신도시에서 시작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보를 바깥으로 빼돌려 투기했던 사람들을 밝혀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런데 갑자기 국회의원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 우선순위 뒤에 있는 걸 끄집어 상황에 대한 물타기를 하려는 정치적 시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던 정보는 다 공개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이 사람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했든 안 했든 부동산 정보를 다 끄집어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와 LH, 그 윗선에 있는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공유라인이 있을 것"이라며 "어디서 이 정보가 빠졌으며, 그 정보를 바탕으로 불법적으로 투기했는 지가 핵심이다. 그 핵심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강제 수사를 신속하고 빠르게 들어가야 하는데 본질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자꾸 엉뚱한 변죽만 울리게 되는 형태로 가게 된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특검 관련해서는 "지금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조사가 제대로 된 조사가 아니라고 본다"며 "감사원이 투입돼서 즉시 감사에 착수해야 하고, 특히 신도시 1, 2기에 대해서 유사한 사건 수사 경험을 가진 검찰이 즉시 투입해서 합동수사단으로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도 "이 순간에도 증거 인멸이 되고 있다. 강제 수사에 돌입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게 핵심"이라며 "지금 특검을 한다고 하면, 과거 전례를 보면 여야가 임명을 두고도 서로 합의를 하네 마네 하면서 두 달이 지나간다. 즉 4월 7일 보궐선거만 넘기겠다는 수작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03.12 kilroy023@newspim.com |
◆ 與 "여론 들끓을 때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제도 만들어야"
여당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국회가 먼저 나서 투명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LH 투기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이 시기가 법제화를 통해 사회를 바꿀 적기라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구성원부터 솔선수범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며 "국회의원들의 부동산과 관련한 전수조사를 해서 정보제공 동의서부터 여야가 함께 제출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민주당은 준비돼 있고, 국민의힘도 함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특검에 대해선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 세력이 있다고 한다면 다 발본색원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더 신뢰할 수 있다고 한다면 특검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당의 이같은 제안이 시기가 안 맞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합의를 먼저 해놓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 뒤, "적당한 시기, 큰 틀에서 국회 산하 기구를 설치하고 충분히 조사할 수 있도록 부동산 전문가들을 특채로 하든 기관 파견을 받든 해서 국회의원 300명을 전수조사 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이 건(LH 사태)은 어느 정부에서든 터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구조적 문제를 없애려면 법을 만들어야 한다. (여당에서) 이해충돌 방지법까지 다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국민적 공감대가 돼 있는 시기에, 흐지부지 되기 전에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들 여론이 들끓을 때 우리 사회가 한 발자국 더 나갈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랫물 뿐 아니라 윗물까지 깨끗하게 만들 일대 전환기를 만들자는 측면이다. 당리당략으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여야가 어디있나. 민주당만 국회의원인가.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해충돌방지법만 통과돼 있었어도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해서 8년 째 묶여있지 않나. 다른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에서 이걸 (법제화 등을) 하면 순풍에 돛 단 듯 통과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가 "국회의원 전수조사가 거대 양당의 공방이 돼선 안 된다"며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각 당 원내대표가 모여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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