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정식으로 상장하면서 임직원들이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웃돌면서 지분가치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상장으로 큰 수익을 거둘 직원은 극히 일부에 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톡옵션'(stock option, 주식매수선택권) 규모가 큰 고액 연봉자들에게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 창업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사진=쿠팡] 2020.03.11 nrd8120@newspim.com |
◆쿠팡 뉴욕상장으로 시총 100조대로...손정의 31조·김범석 10조 잭팟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주가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주당 48.4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49.25달러)보다 1.58% 하락했지만 최종 공모가(주당 35달러)보다는 13.47달러 올라간 수치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환산한 쿠팡의 시가총액은 872억 달러(약 99조원)가 됐다. 국내 기업 시총기준으로 삼성전자(약 490조원)와 SK하이닉스(약 100조원)에 이어 3번째다. LG화학(약 68조원)과 현대자동차(약 49조원)를 크게 앞지른 시총 규모이기도 하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과 주요 주주들은 이번 상장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인물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클래스 A·B 보통주를 모두 반영한 상장 후 지분율은 소프트뱅크가 33.1%로 최대 주주다. 전체 클래스A와 클래스B 주식을 합한 총주식 수는 17억670여만주를 고려할 때 소프트뱅크의 지분가치는 274억 달러(약 31조원)다. 당초 투자액(30억 달러·한화 3조4089억원)보다 9배 달하는 규모다. 그야말로 잭팟을 터트린 셈이다.
투자사인 그린옥스 캐피탈(16.5%), 그린옥스 창립자인 닐 메타(16.6%)도 쿠팡 미국 상장으로 큰 이익을 챙겼다.
김 의장도 국내 '주식부호 대열'에 올랐다. 김 의장은 전체 상장 주식의 10.2%인 1억7480만2990주를 보유 중이다. 주식 가치는 84억7270만925달러(9조6360억원)이다. 한화 기준으로 10조원에 육박해 국내 '주식부호 대열'에 올랐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 상장 후 지분구조. 2021.03.15 nrd8120@newspim.com |
◆대규모 스톡옵션 받은 임원진은 '대박'...김범석>투안팸>거라브 아난드
쿠팡의 기업가치가 100조원을 밑돌자 임직원들이 투자 차익 규모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쿠팡이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보고서(S-1)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쿠팡 임직원이 받은 스톡옵션 총규모는 6570만3982주다.
스톡옵션은 회사 주식을 시기와 상관 없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48.47달러 하는 쿠팡의 1주를 행사가인 1.95달러(약 2217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기존에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은 주당 46.52달러에 이르는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쿠팡이 발행한 전체 스톡옵션 규모로 보면 시세차익만 약 3조4768억원에 달한다.
김범석 의장이 지난해 말까지 받은 스톡옵션 규모는 총 1401만5193주다. 2018년 10월 5일엔 912만4534주, 지난해 6월 25일엔 489만659주를 각각 받았다. 스톡옵션으로만 벌어들인 금액은 1억1310만2607달러(약 1287억원)다. 한화로는 1287억원에 해당한다.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도 큰 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수혜는 고액 연봉자에게 '쏠림 현상'이 나타난 모습이다. 대체로 외국인 임원이 높은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 국내외 스타트업처럼 해외 우수한 인재 영입을 위해 더 큰 규모의 스톡옵션을 풀었기 때문이다.
임직원 중에서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인물은 우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투안 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이다.
쿠팡은 지난해 투안 팸 CTO를 지난해 데려오면서 보수로 2764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중 스톱옵션으로 지급받은 주식 수는 클래스 A 주식 340만주다. 투안 팸 CTO가 받은 스톡옵션의 시장 가치는 지난해 이사회가 정한 공정 시장가치인 8.07달러를 곱해 2744만 달러(약 312억원)로 평가됐다.
이어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해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강한승 경영관리총괄 대표이사(CEO), 알베르토 포르나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뒤따랐다. 거란드 아난드 CFO는 126만7500만주를 스톡옵션을 받아 1022만8725달러(약 11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82만4000주를 받은 해롤드 로저스 CAO는 주당 2.24달러 행사가를 적용해 스톡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184만5760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된다.
강한승 대표와 알베르토 포르나로 CFO는 각각 484만6229달러(약 56억원) 규모의 60만524주, 40만3500달러(약 4조6000만원) 규모의 5만주를 받았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 주요 임원 스톡옵션 현황. 2021.03.15 nrd8120@newspim.com |
◆쿠팡친구도 1000억 상당 주식 받아...행사 시점에 따라 '속빈강정' 지적도
쿠팡친구 등 쿠팡 직원들도 총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쿠팡이 지난달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이는 쿠팡이 S-1 신고서류에서 밝힌 스톡옵션 6570만3982주에는 포함되지 않는 주식이다.
최종 공모가인 1주당 35달러(2200원)을 대입해 1인당 지급받을 주식 수를 계산하면 직원 한 사람에게 909주씩 배분된다.
지급 대상은 쿠팡 및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친구,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 직원 등 약 5만명이다. 이달 5일 기준 재직 중인 정규직과 계약직 모두 해당된다. 이들 중에서 과거 스톡옵션을 받은 직원은 제외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수혜를 입는 사람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급받는 주식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 쿠팡은 무상으로 주식을 받은 직원의 근속기간에 조건을 달았다. 1년을 근무하면 주식 50%를, 2년을 근무하면 주식 100%를 지급하고 2년 뒤에야 주식을 팔 수 있게 제한을 둔 것이다.
쿠팡 사업 초창기에 입사한 직원들도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사업 초기에 평균 행사가보다 낮은 가격에 스톡옵션을 부여해 이를 행사하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 다만 초창기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누적 영업 적자가 4조원이 넘고 재무건전성도 좋지 않은 만큼 상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불확실한 스톡옵션 대신 현금을 선택한 직원들도 상당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금을 챙긴 사람은 대박 기회를 날린 셈이다.
대규모 스톡옵션을 받은 주요 임원들도 보호 예수제도에 따라 '대박 실현'은 미지수다. 보호 예수제도는 기업의 상장 직후 지분을 많이 가진 대주주나 임직원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쿠팡은 S-1 서류에 주요 경영진과 이사 및 1% 이상 주주와 직원에 한해 상장 후 주식 보호예수 기간을 최대 180일로 못박았다. 180일이 지나야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의미다.
보호 예수기간이 끝난 시점의 주가 흐름은 변수다. 주가가 하락하면 지분 가치가 내려가 큰 돈을 쥐지 못할 수 있다. 쿠팡의 한 직원은 "쿠팡에 다닌다고 하면 상장으로 다들 대박 나는 줄 알더라"며 "큰 수혜를 입는 이들은 스톡옵션을 보유한 사람은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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