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최재덕 원광대 교수(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가 뉴스핌에 북·중관계 변화의 흐름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고문을 보내왔습니다. 최 교수는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동북아평화협력특위 정책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세계지역학회 대외협력이사로 활동하는 등 학계에서도 실용적 외교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 교수는 올해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의 '골든타임'이라면서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협력해 평화와 상생을 위한 남·북·미 외교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초, 한미 정상 간 첫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포괄적 대북정책의 조속한 마련, 한미동맹 강화 및 한반도 평화와 세계적 현안에 대한 공동 대응에 의견을 같이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현재 국제질서에서 가장 큰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다. 이에 따라 미·중 패권경쟁의 양상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질서와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지키면서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추진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북·중관계는 미·중관계, 남북관계와 서로 연동돼 있으며 각 주체의 변화는 유기적인 반응과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북한의 변화와 바이든 시대의 북·중관계', '2021년에 다시 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골든타임'에 대해 집중해야 할 시기다.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사진=뉴스핌DB] |
# 팬데믹이 가져온 북·중관계의 단절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전후 이어졌던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관계임을 증명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취임 후 5년여 간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선언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 년 반 동안 다섯 차례나 이루어졌다.
중국은 북한을 이념적 동지이자 지정학적 자산으로 여기며 미국과의 대결 구도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한다. 북한은 중국을 최대교역국이자 유엔 안보리 및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지지해 줄 거의 유일한 외교적 파트너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된 상황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며 북·중관계의 견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경험한 완전한 고립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 UN 대북제재, 수해로 삼중고를 겪었다. 대(對)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약 95.6%에 달하는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만 1년이 넘는 기간 국경을 봉쇄해 2020년도 양국의 수출입은 거의 영(0)에 가깝다. 다시 말해 북한은 처음으로 중국과의 교역 없이 1년 동안 강제로 자력갱생을 한 셈이다.
코로나19는 북·중관계와 북한 대외전략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첫째, 북한은 정치적인 요인이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국제적 재난 상황으로 북한이 완전히 고립될 수 있으며 이에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둘째,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북한을 힘 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했지만, 국경을 봉쇄하고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음으로써 북·중관계는 상호 정치적 필요에 의한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셋째, 국제사회는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갔지만, 개발된 백신을 확보하려면 북한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 발전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길로 가야 한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기념촬영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
# 고립의 위기감과 잘사는 열망 커진 북한
2021년 1월 5일부터 8일간 이어진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미국에는 '강대강, 선대선 원칙'과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한국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2021년을 시작하면서 북한이 먼저 대미, 대남 메시지를 보냈고, 미국과 한국의 반응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을 남한에 돌리면서도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해나가야 한다.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점이다. 북한이 먼저 행동하진 않겠지만, 남북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할 뜻이 있음을 보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발언을 가급적 삼가면서 바 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기본 정치방식으로 내세운 것과 반대로, 8차 당대회를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당규약에 명문화했다. 북한은 고립에 대한 위기감과 인민 생활을 부유하게 만들고 싶은 열망이 동시에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절호의 타이밍이다.
# 평화프로세스의 골든타임, 남·북·미의 외교 퍼즐 맞춰야
2021년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협력해 평화와 상생을 위한 남·북·미 외교의 퍼즐을 맞춰야 한다. 화해와 협력을 절실히 바라는 남북한 지도자가 외교에 능통한 바이든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 '위대한 한반도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남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북한은 북·미대화로 어떻게든 경제제재를 완화하고자 하며, 정치의 길을 걷는 내내 외교에 관심을 가져온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안보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상정한 북핵 문제를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가고 국제질서와 세계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에 남·북·미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화해·번영 의지를 가지고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개선, 단계적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루어 평화의 동북아 질서가 구축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최재덕 교수는 누구
최 교수는 중앙고,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 경영학 석사, 중국 북경대학에서 박사학위(한중관계)를 받았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정치외교연구소장(부교수)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한반도 통일문제, 북방경제협력, 한·중, 중·러, 미·중 관계 등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에 심천과 홍콩에서 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했고, 한국에 돌아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이 기간 가족과 함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거주했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며 러시아의 가능성을 봤다.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국회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정책위원,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육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슬라브유라시아학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대한책략』(2019) 이 있고, 유명등재학술지에 연구결과를 꾸준히 발표하며, 미래 통일한반도를 연구하고 있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