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의무화 되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에 어려움을 겪어 줄 폐업이 예고된 상태지만, 관련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는 가이드라인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된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유예기간인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과 실명 확인 실명계좌 개설 등 등록 요건을 갖춰야만 사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4개 대형 거래소에만 은행의 원화 실명계좌가 발급된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다. 문제는 100곳이 넘는 나머지 중소 거래소다. 이들은 늦어도 9월까지는 은행 실명계좌를 받아야하지만,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에 따른 위험 부담'을 이유로 제휴에 적극적이지 않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평가와 실명계좌 발급은 전적으로 은행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은행마다 실명계좌 발급 기준도 제각각이다. 농협은행은 가상화폐 거래를 목적으로 계좌를 만들면 발급이 불가한 반면, 신한은행은 발급 가능하다. 금융위는 은행이 스스로 거래소의 안정성을 평가하라는 것이지만 이 때문에 은행과 거래소, 이용자들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란스럽다.
개정된 특금법 시행으로 명확한 규제가 생기는 만큼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위는 최근 자료를 내고, 신고 접수를 하지 않은 거래소 폐업 가능성에 대해 경고할 뿐이었다.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특금법과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지도,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가이드라인까지는 아니고 가상사업자 위험세탁 방지를 위한 참고자료 정도를 낼 예정이다"며 "여전히 은행 개별 판단으로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재하고 크게 바뀌는 것 없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은행들은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난감한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나 은행권 전체의 기준이 없어서 은행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부담스럽다"며 "은행에게만 의무를 지어주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시중은행과 테스트까지 완료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이 거래소 관계자는 "당국이나 은행연합회 쪽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다렸지만 특금법 시행 직전까지도 없을 줄은 몰랐다"면서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국과 은행의 입장이 상이하다는 걸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엄격한 자금세탁방지로 인해 불건전한 거래소들이 자동 퇴출되는 순작용도 있다. 하지만 4대 거래소 이외에 탄탄한 거래소들은 은행의 문을 열지 못해 폐업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의 일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저희도 왜 계좌발급이 거부되는지 알 수 있는데, 그런 것이 없다보니 이유도 모른 채 어려움을 겪는다"며 "시장과 대중의 분위기는 전보다 나아지고 있는 걸 체감하는데 당국과 관계 기관들의 분위기는 그대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에서 가상화폐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강성후 사무총장은 "법 시행이 이렇게나 다가왔는데도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에서 원화 거래비중은 3위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는 4월에 특금법 관련 포럼을 열고 국회, 금융당국, 업계 관계자들과 보다 공론화 된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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