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한·미·일 삼각 공조를 매우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국무·국방 장관의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신성호 교수는 23일(현지시각) 조지 워싱턴대학이 주최한 '바이든 시대의 미-한-일 삼각관계' 화상대담에서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고도 새로운 변화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2021.03.18 photo@newspim.com |
신 교수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국무·국방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고 두 나라 관계 복원을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런 노력은 한국과 일본이 좀 더 관계 개선을 향해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된다고 언급했다. 만나서 대화하자는 한국의 제안에 일본이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두 나라의 만남과 협의를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앞으로 다자회담의 장을 활용해 한일 간 만남을 주선하면 특히 일본 측에 한국과 회담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토 시호코 월슨센터 동북아시아 선임연구원도 미 국무·국방장관의 아시아 순방 기간 중 도쿄와 서울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의 중요성이 언급된 것은 "아주 큰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우선순위 의제는 아니었지만 성명에 포함됐다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고토 연구원은 "이 문제에서는 개인의 역할도 중요한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장관을 지내면서 세 나라 협의에 전념한 경험이 바이든 정부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고토 연구원은 "미국이 두 나라를 가장 효과적으로 중재하기 위해선 '역사의 정치화'로부터 '경제와 안보 우려'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으며, 두 나라의 화해는 "국내적 필요와 우려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 워싱턴대학 그레그 브레진스키 국제학 교수는 "(전임 정부에 비해) 바이든 정부 들어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미-한-일 삼각 공조의 미래는 여전히 매우 어둡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이 의미 있는 안보 협력을 할 수 있을 만큼 이견을 따로 떼어놓지 못했고, '일본의 수정주의'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진전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브레진스키 교수는 일본의 수정주의는 제국주의 역사를 지우거나 미화하는 노력이며, 미국의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의 수정주의는 미국이 태평양 지역에 세우려고 하는 질서에 (나쁜) 영향을 준다"면서 "이는 또 동맹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한일 무역전쟁을 일으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할 구실을 준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일본 정부에 수정주의적 발언과 행동은 달갑지 않다고 밝히고, 동시에 일본 대중을 상대로 과거 전쟁범죄와 잔학 행위들을 알리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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