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히든스테이지
주요뉴스 산업

"국민연금, 삼성전자 사외이사 안건에 독단적 의결권 행사"

기사등록 : 2021-03-26 16:00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수탁위 출범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뼈아픈 과거에서 출발"
"기금운용본부, 주주총회 안건 결정 중요정보 수탁위에 공유해야"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시민단체들이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전자 사외이사 안건에 대해 독단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안건에 대한 찬성 의견을 심의·의결한 뒤 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에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전공시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2021년 제3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기금운용본부 및 국민연금 의사결정구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3.26 dlsgur9757@newspim.com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기 위해 2018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산하에 설치된 위원회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업체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박병국 서울대 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재선임, 김선욱 전 법제처장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해당 이사 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질 때 사외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논의한 끝에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연임안 등에 찬성하기로 결정, 지난 15일 이를 공시했다. 수탁위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를 수탁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기금운용본부에 회의를 요청했다. 수탁위 안건 상정은 소속 위원 3명 이상이 요청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반발한 이상훈 위원과 홍순탁 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과 홍 위원은 각각 노동계(민주노총)와 지역가입자(참여연대)로부터 추천받아 위촉된 수탁위 위원이다.

참여연대 등은 "이번 사례는 기금운용본부가 또다시 독단적으로 수탁위를 패싱하고 마음대로 안건을 주무른 것"이라며 "이는 보건복지부 및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과거의 과오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을 넘어 향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우려를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탁위의 출범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당시 기금운용본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손해를 끼치는 합병에 찬성했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뼈아픈 반성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모든 투자대상기업의 주주총회 안건 결정의 주요 정보를 수탁위에 사전 공유하고 그중 경미한 사안으로 분류한 것은 기금운용본부가, 나머지는 수탁위가 결정하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탁위 위원의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자료 제출 및 안건설명 요구권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수탁위 관련 상근인력을 증원하여 수탁위 자체적인 기능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산의 충실한 집사로서 총수 일가에 의한 기업 불법·편법 지배 및 상속을 방지하고, 사외이사 임면 등의 사안에 대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며 "환경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근로자 권익 옹호 등 사회적 가치가 기업 경영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국민'의 연금이 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clean@newspim.com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