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분대원이 같은 상병 계급의 분대장에게 모욕적 발언을 해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분대장도 상관에 해당하므로 상관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 중 무죄가 선고된 상관모욕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상병이던 A씨는 2016년 9월 21일 같은 부대 소속 병사 약 110명이 있는 자리에서 유격훈련 불참을 요구하다 소대장인 중위 B씨로부터 훈련에 참여하라는 말을 듣자 B씨에게 삿대질을 하는 등 상관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같은해 10월 5일 B씨로부터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진술서 작성을 요구받고 B씨의 면전에서 진술서 용지와 펜을 집어 던진 혐의도 받았다.
또 같은 해 10월 11일에는 분대장이었던 상병 C씨에게 사격성적을 물어보다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사격술 예비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냐, 분대장이면 잘 좀 하고 모범을 보여라'라고 말하는 등 상관을 모욕한 혐의도 있다.
1심은 중위 B씨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다만 상병 C씨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병사인 C씨는 피고인과 동계급자이므로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상관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B씨에 대한 상관모욕 혐의도 무죄로 판단, A씨의 공소사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어떠한 표현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이 아니라면 설령 그 표현이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됐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군형법 제64조의 상관모욕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경어를 사용했고 달리 욕설이나 반말을 사용하지는 않았던 점을 보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모욕했다거나 모욕의 고의가 있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한 상관모욕죄는 원심과 동일하게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C씨에 대한 상관모욕죄를 무죄로 본 원심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군형법 등 제반 규정의 취지, 내용 등을 종합하면 부대지휘 및 관리, 병영생활에 있어 분대장과 분대원은 명령복종 관계로서 분대장은 분대원에 대해 명령권을 가진 사람, 즉 상관에 해당한다"며 "분대장과 분대원이 모두 병(兵)이라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분대장으로서 분대원인 피고인에 대해 상관의 지위에 있었다"며 "원심 판단에는 상관모욕죄의 상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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