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지난 2월 코로나 방역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평안북도 의주군당 조직부장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주군 인민위원회 위원장도 관련 혐의로 철직(撤職, 직책·직위에서 물러나게 함)됐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다.
평안북도의 한 간부 소식통은 29일(현지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 2월 의주군 당 조직부장이 코로나 비상방역전을 강화하라는 최고존엄의 지시에 불복했다는 죄로 숙청됐다"며 "중앙당의 지시로 비공개 처형됐다는 소식도 있지만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방역 중인 평양 시내 백화점 내부 모습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이 소식통은 "이번 숙청은 의주군의 한 간부가 무기명 신소를 중앙에 올리며 시작됐다"며 "신소 내용은 군당 조직부장이 군내 코로나 의심환자의 격리 시설을 축소해 운영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소건 처리 지시에 따라 중앙당에서 파견된 검열단이 의주군에 대한 검열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의주군에서는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격리하는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사실 의주군에서 격리 시설을 온전히 운영하지 못하게 된 것은 운영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자금난에 직면한 군 방역당국이 고열을 동반한 환자들 외 경증 환자는 자택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군당에 제기하고 승인을 받아 격리 시설 운영을 축소했는데, 이를 승인한 당간부가 바로 군당 조직부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주군의 방역실태를 집중 검열한 중앙당에서는 장기화되고 있는 국가비상방역에 안심하지 말고 대중방역사업을 강화하라는 최고존엄의 지시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군당 조직부장을 시범꿰미로 숙청함으로써 코로나 방역에 해이되고 있는 간부들에게 경종을 울렸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30일 "중앙당이 주도한 의주군 당간부 숙청바람에 요즘 군 당, 행정기관은 불안감에 휩싸여 어수선하다"며 "군당 조직부장이 숙청된 후 인민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 격리시설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다는 책임으로 철직됐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코로나 방역 지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간부들이 줄줄이 숙청되거나 해임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간부들 속에서는 이번 사건은 의주군 당 간부들의 세력 싸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최종책임자인 의주군당 책임비서는 왜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냐는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처벌이 가혹하다는 간부들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당국에서는 지난 주 간부강연회를 진행하고 비상방역전을 만성적으로 꿈만하게(태만하게) 진행하다가는 악성비루스가 국가존망을 위협하게 된다며, 경제사업 실수는 시정하면 되지만 방역사업은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말라는 최고존엄의 지시를 재차 전달하며 간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5월 사이 평안북도에서만 약 10명의 간부들이 코로나 방역 지침 위반을 이유로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간부들 중에는 군부대 간부들도 포함됐다. 작년 12월 양강도에서도 코로나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국경에서 밀수를 하던 간부들과 관련자 9명이 숙청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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