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전의 향배를 가를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됐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오는 11일(현지시간)로 다가왔다. 바이든의 '선택'에 명운이 갈릴 양사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앞서 양사는 미국 행정부와 정치권 설득을 위해 각각 '최후의 카드'를 내걸었다. 미국 시장 철수(SK이노베이션)와 2025년까지 5조원 투자(LG에너지솔루션)가 그것이다. 바이든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후의 카드'는 양사의 입장에서 보면 일견 타당해 보이는 이야기다.
이윤애 산업1부 기자 |
우선 SK이노베이션은 벼랑 끝 전술을 취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린 수입금지 조치가 시행돼 10년간 배터리 관련 수입이 금지되면 미국 내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로서는 미국 조지아주 1, 2 배터리 공장 건설 비용 3조원, LG에너지솔루션이 요구하는 합의금 '3조원+@'을 지급하면 공장을 돌려도 남는게 없다. 배터리 생산 설비를 헝가리 공장으로 이전하고 조지아주 공장 고객사인 포드·폭스바겐 배터리에 지급할 위약금 등에 대한 비용 컨설팅에 나선 이유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의 공백을 전부 메우겠단 전략이다. 전기차가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공급 부족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김종현 사장이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외부 투자자가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운영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다고도 약속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다.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양사의 움직임과 관련해 업계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양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겠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K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비합리적인 행위'로도 볼 수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사업을 접는다면 손해는 미국 조지아 공장 고객사인 포드·폭스바겐에게 지급하는 위약금 뿐만 아니라 K배터리 전체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이 철수하면 포드·폭스바겐 등에 공급 가능하다고 자신했지만 이 두 회사가 LG에너지솔루션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자동차OEM들은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공급사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은 단적인 사례다. 복수 공급사는 단가 인하도 유리하다. 배터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양사 간의 소송이 장기화되면서 자동차OEM들의 내재화 또는 안정적인 공급사를 찾는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다. '제2, 제3의 폭스바겐'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K배터리에게는 중요한 시기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배터리 입찰규모가 지난해 대비 10배인 1.4TWh(테라와트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든의 '선택'을 전후로 양사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마지막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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