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국이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 4개국으로 구성된 '쿼드' 참여 문제에 대해 "지금 참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며 "(쿼드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도태평양(전략)이 낫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오는 13일 제9회 뉴스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란 주제의 기조발제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첫째 미국도 어떻게 갈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두 번째는 일본 호주 인도의 입장이 다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5일 서울 양재동 국립외교원장실에서 뉴스핌 이영태 통일외교선임기자(부국장)와의 대담으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2)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2021.04.05 leehs@newspim.com |
-지정학적으로 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가 부닥치는 동아시아가 미중 갈등이 가장 많이 표출될 수 있는 지역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에서 미중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발화점을 예상한다면.
▲발생했을 때 충격파가 큰 거고 발생 가능성이 더 큰 건 다른 나라일 수 있다. 남중국해일 수도 있고, 동중국해는 오바마 때 충돌직전까지 갔었고, 대만은 오히려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 대만이 군사행동으로 가게 되면 중국은 전쟁상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국지전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세적 판도를 바꿀 부분은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고 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지대 구상을 갖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선택을 요구해온 적은 없다고 하지만 실제 현 상황을 보면 이미 한국은 어느 편이냐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은 미중갈등 속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미중이 세를 보고 있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이 말하는 파트너국 우호국 동맹국이 60개국이 좀 넘는다. 바이든은 이것이 미국의 자산이라고 했다. 그런데 중국은 110개국이 넘는 국가가 중국을 무역 1위로 갖고 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미중 사이에 낀 거다.
우리가 심한 건 지정학적으로 중국 밑에 있다는 점이다. 또 기형적으로 경제는 중국과의 무역규모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500억불이 많다. 압도적이다. 가장 기형적인 형태로 나뉘고 있고 물리적으로 중국 밑에 있으니 어려운 건 사실인데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해법은 연대다. 팬데믹에서 미중이 보여준 것은 'G0'의 세계다. 각자도생하면서 세계 공공재나 방역에 하나도 대처하지 못했다. 이제는 'GM'으로 가야한다. G멀티플이란 말이다. G2가 아닌 2열 국가들, 즉 한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호주 아세안 이런 국가들이 연대를 이루면서 한 쪽으로는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다른 면에서는 집단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제3세계가 죽어가고 있다. 지금은 백신이지만 나중에 식량이나 다른 것이 될 것인데, GM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개별국가로서는 혼자 얻어맞지 않는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인도가 주도하던 제3동맹하고 비슷한 느낌인데.
▲그렇기는 한데, 하나의 단체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말을, 어떤 곳에서는 중국 말 들을 수밖에 없다. 이슈별로 연대할 거다. 그러나 제3세계를 돕는 건 하나의 큰 연대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거다.
-지난 3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담(2+2 회의)가 일본17일에 이어 18일에 한국에서 개최된 데서 볼 수 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일 3각 공조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상황인데, 일본 문제는 과거사 및 영토분쟁 등으로 정서상 어렵다는 생각이다. 미국 내 반중국 정서가 영향을 주듯이 한국 내에서는 반일정서가 영향을 미친다. 이 문제에서 한미일 3각 공조를 미국이 요구하는데,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쉬운 상황은 아니다. 미중이 나빠지면 전세계가 괴로운 거다. 두 번째 그러면 지금 선택할 거냐의 문제다. 우리가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미국이겠지만, 선택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도 미리해야 한다는 거다. 그것이 1~2년에 되는 것도아니고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25%를 포기하고 중국을 적으로 한다는 건 무책임한 사실이고 외교정책이 그렇게 가면 안된다. 저는 치밀한 가운데서 미리 진영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가 아니고, 압박은 하지만 양자선택을 요구하지않는데 우리가 미리 선택해선 안된다.
가능한 한 우리의 방법은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되 한중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어떻게 하면 양다리를 걸칠 수 있지만 양다리가 아닌 것이다. 정의용 장관도 그랬지만 분명한 전략이다. 구체적인 사례에 넣으면 이것이 더 분명해진다. 한미일이 협력을 하는데, 동맹은 다르다. 협력은 사안별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동맹으로 가면 반중동맹이 돼서는 우리는 절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중러가 반드시 동맹을 맺을 것이다. 상대측 동맹을 강화시키고 그럼 신냉전이 되기 때문에 우리가 해서는 안되고 할 필요가 없다.
그 다음이 우리가 동맹이 근간이니까 이런 부분에서의 원칙, 우리가 중국에도 할 말 해야 하고 미국에도 그렇다면 우리의 이익이 되는 얘기를 해야 하고 그런 문제다. 예를 들면 '트럼프 때 자유무역 지지한다고 하면 그럼 트럼프에는 반대하고 중국에는 찬성하는 것이지 않나'. 또 남중국해 항해 자유 이야기가 나오면 '반중친미'지 않나. 이걸 선택하지 않고 원칙을 선택해 놓고 선제적으로 이익에 맞는 걸 해놓고 배타적으로 선택할 때도 누구 선택하는게 아니라 외교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연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외교원칙을 선제적으로 다소 모호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발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쿼드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보이는데.
▲쿼드도 한미일 하고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쿼드에 지금 참여하는 것이 현명하지 못한 이유가 첫째 미국도 어떻게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어떤 의미에서 미국이 요구했을 때 한국이 거절하면 충돌한다는 거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요구못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블링컨이 와서 언급한 것이 미국도 중국에 대해 3C라고 한다. 대적 경쟁 협력. 그렇게 복잡하다는 거다. 그만큼 한국도 한중관계가 복잡한 것을 이해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미국을 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일본 호주 인도의 입장이 다 다르다. 중국이 위협으로 느껴질 때는 쿼드가 좋은데 중국에 대적하기에는 부담이 많은 국가다. 인도의 경우 최근 국경분쟁 때문에 쿼드에 대해 적극적이 됐지만 이것을 반중동맹으로 가는 것에 대해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방역과 북한 비핵화가 나온 이유가 이것이다. 우리가 미리 들어갈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쿼드) 플러스'라는 룰메이킹 할 때부터 들어가야지. 호주나 인도보다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지도 않지 않나. 룰메이킹을 해야 한다. 쿼드플러스에 들어가는 건 결국 베트남하고 뉴질랜드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국가들하고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본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진보적이라고까진 말하긴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 간에도 쿼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선제적으로 한국의 외교정책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차후에 미중 간 선택의 기로에 서기 전에 우리 입장을 밝히는 게 한국에 유리하다는 입장도 있다.
▲만약 그것을 전제로 한다고 하면 차라리 인도태평양이 낫다. 아세안 국가들이 있기에 신남방하고도 잘 통하기 때문이다. 쿼드는 미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아시아판 나토로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람이 많고 군사적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들어가면 부담스럽기에 그런 입장이라면 인도태평양이 맞다고 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2021.04.05 leehs@newspim.com |
-'북핵문제' 혹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과제도 시급하다. 현 시점에서 북미관계를 어떻게 보는지, 또 현재의 교착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어려운 문제다. 우리가 바이든 정부 들어설 때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결국 전략적 인내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 근거가 뭐냐면 오바마나 바이든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은 전략적 인내를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한다. 자기들이 한 게 아니고 북한이 호응을 안했고 당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협상을 원하지 않았다는 게 그들 설명이다.
당시는 북한이 핵을 안가졌고 지금은 가졌는데 시간적 여유도 그렇고 돌아가기 힘들 거다는 것이 견해였는데 최근에 보면 상황이 미국이 국내 문제가 너무 많고 북한 문제는 사실상 인기가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벤트 들러리를 섰으니 이제는 뭘 줄건지 확실히 얘기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겠다는 태도다. 적대시정책 철회, 보상 확정 지으면 나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렇게 할 경우 북한에 굴복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먼저 양보할 가능성도 없다. 그래서 교착 상황이 연장될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물론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바이든 정부는 제재를 수단으로 보긴 한다. 다만 모멘텀을 깰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계속 싱가포르 선언에, 그건 원칙이니까 당시에는 모호하다고 했지만 지금보면 예민한 것이 없다. 비핵화도 평화체제도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를 수용하는 거는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사인한 거고 북한은 그 정신을 강조하니까 우리는 그것을 추인하는데서 시작하는게 좋다고 강조하는데 그게 대북정책에 담길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북한에 대해 강한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이라든지. 그래서 당분간 교착이 계속 될 수도 있고 미국이 가진 수단 자체가 양보를 빼면 북한에 내밀 카드가 없다. 원하지 않지만 전략적인내 2.0이 될 가능성도 없진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그럼 뭐가 될 거냐 하는 건 한국의 문제다. 남북미 3면 중 북미 남북이 막혀있고 한미만 열려있지 않나. 그렇다면 결국 한미공조가 잘돼야 한다. 적어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미국이 한국말을 듣겠다고 한다. '2+2' 방한 당시에도 그렇고 안보실장 회의도 그렇다. 곧 대북정책이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반영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딱히 엄청난 서프라이즈가 나오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곧 발표될 대북정책에 관심이 가는 상황인데, 바이든 내 인사들을 보면 협상파도 있고 강경파도 있고 혼재돼 있다. 어떻게 예상하나.
▲국내 여론이 제이크 셜리반이나 토니 블링컨 발언을 채취해서 강경파라고 하는데, 그럼 미국은 99.9%가 다 강경이다. 북한을 욕해야 인기를 얻게 되고 북한은 욕할만한 대상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입장에서 보면 다 강경파다. 우리는 제재를 수단으로 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을 온건파로 봐야한다. 그러나 북한은 안통한다, 붕괴로 가더라도 계속 제재해야 한다며 제재가 목적이 되는 사람들은 강경파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그렇게 구별해야 한다고 보고 차이가 있다고 본다. 바이든쪽에서는 대체로 협상파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악마화는 하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협상파라고 본다.
-대북정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까.
▲고무적인 현상은 이거다. 트럼프 바이든 차이점은 탑다운, 바텀업도 있는데 그부분은 조합하면 좋을 것 같다. 만날 이유는 없다고 하는데 이야기가 강하게 들리긴 하지만 북한이 핵을 줄일 게 보이면 만나겠다고 했으니 일단 실무회담 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무회담이 되면 문턱이 낮아졌으니 정상회담을 하는, 콤비네이션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제일 중요한 건 이거다. 바이든이 중간단계를 인정한다. 그게 가장 고무적인데 트럼프 때는 대부분이 포괄론이고, 원샷딜이다. 단계론은 북한이 원하는 거고 북한이 시간을 끌고 많이 받아내기 위한 꼼수라고 보기 때문에 단계론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이 정도의 고도화된 핵을 생각했을 때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절대 비핵화하지 않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러서 북한의 위협이라도 감소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동결론이나 감축 등 중간단계 필요성을 얘기한다. 그것이 우리하고도 맞다. 우리는 포괄적인 비핵화에 합의하고 단계인 실천에 합의하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준형 국립외교원장. 2021.04.05 leehs@newspim.com |
-최종목표는 아닐지언정 중간목표로 표현과 목적이 나온다면 돌파구가 된다는 뜻인지.
▲어떤 형태의 중간 단계로의 동결론을 포함하고 북한에는 종전선언이나 불가침선언이나 평화회담 시작과 종결, 이런 것을 묶고 일부 경제재재를 묶고 판을 키우는 미디엄딜을 만들면 그게 제일 좋다고 본다.
원칙에 합의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비밀회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분위기에서 한 방에 협정에 나와서 나오는 말이 와르르 무너지게 할 거고, 미국이 먼저 양보 얘기하는 거 자체가 국내적으로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성된 것을 가져가면 괜찮다. 북한이 뭘 받아내느냐에 따라 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올림픽을 계기로 모멘텀이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하반기에 실무자들이 비밀회담을 한다. 그리고 내년 초에 하노이 3주년이 됐을 때 하노이를 새로운 교환조건으로 만들어서 중간 딜을 합의한다는 게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남북관계도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진척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1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정치화 되고 블랙엔화이트로 가다 보니 어떤 쪽은 중재자라 그러고 누구는 당사자라 그런다. 진보는 왜 당사자가 안되느냐 왜 남북이 왜 못치고 나가냐 그런다.
반면 저쪽에서는 우리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한다. 왜냐하면 북핵은 남북 문제, 이전에 국제문제고 북미문제고 현실론으로보면 취사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구조적으로 우리는 중재자일 수밖에 없고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이중 정체성을 갖고 있다. 남북은 우리 일이기 때문이다. 합의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기정사실화시키고 제도화시켜 나가야 하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비핵화라든지 제재가 딱 앞에 놓여있다. 걸림돌처럼. 우리가 나간다면 우리는 세계 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나 볼턴 등 강경파들이 그것을 의심해왔다.
이 두 가지를 다 지켜야 한다. 그게 다 잘 된다면 소위 말하는 선순환을 이룬다. 안돼서 교착인 것이다. 선순환이 이뤄진 게 2018년이다. 마련해주면 판문점에서 토스해줘서 싱가포르로 갔고 평양에서 토스해줘서 하노이로 갔다. 이런 식으로 선순환이 되는 건데 악순환되면 안움직인다. 북한이 우리에게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되지 말고 당사자가 되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뜻이다.
북한이 우리를 끊는 이유는 우리가 미국을 움직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을 이끌어내려면 북미를 다 설득해야한다. 힘이 있다는 걸 보여야 한다. 우리는 일단 중재자 역할을 해야하고 둘을 만나게 해야 한다. 그 다음에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맡기는 신뢰 하에서 우리가 그것을 통해 미국을 무시하고 북한하고 일방적인 딜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바이든이 남북관계를 아웃소싱할만큼 문재인 정부에 신뢰가 있을까.
▲트럼프보다는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의심했다. 볼턴 (회고록에)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어떤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으니 그 부담을 한국에 아웃소싱하는 게 정치적으로 바이든에도 좋다고 본다. 설득하는 건 우리 외교력일 거다.
-'페리프로세스'를 만든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3년 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한국이 패전국이 아닌데 분단이 됐고, 분단이 돼서 남북전쟁을 겪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분단에는 미국의 책임도 있다는 말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해주면 좋겠는데.
▲바이든의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바이든이 제2의 카터나 부시가 될 거라고 한다. 가치, 이상주의, 도덕주의를 하나도 못한 카터가 되거나 중국의 레짐을 체인지할 수 없는데 이를 시도하다가 국력을 소모해버린 부시가 될 거라고들 한다.
바이든이 성공하려면 이런 부분에 대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계 정치가들에게는 유혹이 있다. 국익을 따를 것이냐 정치적 이익을 따르냐 하는 문제다. 북한을 때리는 것은 정치적 이익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또는 인류적 이익을 생각한다면 욕을 먹더라도 이를 만들어낼 거라고 본다. 근데 당장 2년 후에 중간선거를 해야하고 4년 뒤에 정권연장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세계적 리더국가 의식을 가진다면 풀어내겠지만 현실적인 정치적 이익, 선거 때문에 그렇게 하긴 힘들 것이다.
-미중갈등과 신냉전구도 부활 등은 중견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외교에 큰 위기이지만 한편으로 도전과 기회라고 판단된다. 한국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너무 진부해졌는데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우리가 유리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이 정도로 강해진 건데, 지금은 위기지만 기회요소도 분명히 있다.
전세계가 같은 상황이고 생각보다 우리와 연대하길 원하는 국가가 많다고 생각한다. 연대의 필요성이 있는 것도 많다. 양쪽으로부터 러브콜을 동시에 받는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한데, 반사이익도 존재한다. 미중 반도체 싸움에서 삼성이 이익을 얻는다든지, 저로 자기편으로 데려가려는 건 전략적 이익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전략적 자산을 너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서 작게 볼 필요는 없다.
두 번째는 외교원칙을 모호하더라도 분명하게 선제적으로 방법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세 번째는 연대해야 한다. 연대는 어려울 때는 혼자서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미중갈등을 완충하고 세계적 리더십을 감당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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