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넉달 만에 물러나면서 후임 장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조기 퇴진 사태가 불거진 데다 서울·부산 재보궐선거 완패로 정부의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사 절차에 무난한 정치권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토부 업무 수행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윤성원 국토부 1차관도 물망에 오른 상태다.
후임 장관은 최근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반등 분위기를 보이는 집값을 안정화하고 정부의 '2·4 공급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 국토부 장관 포함한 개각 예정...4~5명 후보군 거론
1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빠르면 15일께 국토부 장관 교체를 포함한 개각을 추진한다.
변창흠 장관은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정부가 국토부와 LH 직원을 대상으로 땅 투기 혐의를 1차 조사했다. LH 직원 20명 적발됐는데 이중 11명이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일할 때 벌어진 일이다. 사회적으로 불평등과 불공정을 야기한 사태에 변 장관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왼쪽부터) 조정식 민주당 의원,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윤성원 국토부 1차관 |
후임 인사로는 정치권 인사가 가장 유력하다. 문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아 현재 기조를 무리 없이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소위 힘 있는 장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부의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청와대와 국회 등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인물이 적격이란 평가다.
정치권 인물 중에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낸 조정식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5선(17대~20대)인 조 의원은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의원으로 당·청 간 소통이 원활한 점도 장점으로 부각된다. 국토위 소속 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오른다. 2선인 진 의원은 평소 주택은 공공재이며 1가구 1주택이면 충분하다고 소신을 밝힐 정도로 강도 높은 부동산시장 규제를 주장한 인물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후보 중 한명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조 의원과 마찬가지로 16·17·20대 국회의원을 지내 당·청뿐 아니라 야당과의 이견 조율에 큰 문제가 없다.
정치권 인사 이외에 학계 출신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치적인 영향력보다는 부동산 시장 전반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변 장관을 지명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다. 올해 초 퇴임한 조 전 장관은 변 장관과 비슷한 도시공학, 환경 전문가다. 이미 청문회를 통과한 경험이 있어 검증 리스크가 낮다는 것도 장점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전 실장이 소속된 '한국공간환경학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변 장관과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등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도 물망에 오른다. 국토부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고 업무의 연속성에서도 장점이 있다. 국토부 국토정책과장과 기획담당관 등 국토부 주요 보직을 거쳤고 2·4 공급대책에 대한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강점도 있다.
다만 자천타천되는 후보들은 대부분 현재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를 이어갈 인물로 분류된다. 민간 시장은 최대한 억제하고 공공 주도의 개발 사업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세금부담 및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목소리와 여전히 괴리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 결국 후임 장관 인선에서 정부의 정책적 입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 집값 안정화 및 공급대책 추진 등 최우선 과제
차기 국토부 장관은 2·4 공급대책의 신속한 추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급대책의 원활한 진행을 정권 말기 최대 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상황에서 신속하게 공급물량을 시장에 내놓아야 안정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급 일정이 지체되면 집값 불안이 다시 야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서울시와의 정책적 소통도 후임 장관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건축, 재개발의 규제 완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국민적 여론을 등에 입은 오 시장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상황에서 층수 및 용적률, 안전진단 규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국토부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도시정비법 등을 통해 정비사업 시장을 조율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과 규제도 대부분 이 법은 근거로 관리하고 있다. 정비사업 첫 단계인 안전진단도 국토부 소관이다.
반대로 정부의 도심 공공주택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지원도 필요하다. 역세권 및 저층 주거지 개발 등 도심 복합개발 사업과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정비사업 심의와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갖고 있다. 후임 국토부 장관은 서울시장과의 긴밀한 정책적 소통이 있어야 민간과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이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정치인과 학계 출신 등 후보인사로 4~5명을 놓고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보궐선거 영향과 공급대책 달성을 감안할 때 현재로는 정치권 인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