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 14일 전격적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운영 자회사인 쿠팡이츠를 분사해 쿠팡이츠서비스를 출범시켰다.
쿠팡이 갑작스럽게 쿠팡이츠 분사를 결정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인을 분리시켜 배달 플랫폼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버 장애로 인한 주문과 배달기사 배정 중단 사태가 잦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츠 2020.12.02 nrd8120@newspim.com |
이번 쿠팡이츠 분사에 따라 배달 업계의 출혈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쿠팡, 쿠팡이츠 시작 1년 11개월 만에 법인 분리...쿠팡, 100% 지분 보유
쿠팡은 이날 고객과 상점주, 배달 파트너 지원 및 배달 파트너 운영을 위한 서비스팀을 관리하는 '쿠팡이츠서비스'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쿠팡이츠서비스는 쿠팡의 신규 자회사로, 쿠팡이 100% 지분을 소유할 예정이다. 이는 2019년 5월 쿠팡이츠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쿠팡이츠는 '단건 배달'을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쿠팡이츠는 배달 업계 3위에 올라 있다. 이는 단건 배달서비스가 인기를 끈 데다 높은 배달 수수료 책정, 전국 배달망 구축 등으로 몸집을 불린 영향이다.
쿠팡 측도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호응하기 위해 전문화된 자회사 출범을 결정했다고 분사 배경을 설명했다. 쿠팡이츠는 이달 중 서비스 지역을 제주도와 강원도까지로 확대한다. 이로써 쿠팡이츠는 전국 배달망을 구축하게 됐다.
쿠팡이츠서비스의 신임 대표이사에는 장기환씨가 선임됐다. 장 대표는 2019년 쿠팡에 입사해 쿠팡이츠서비스 론칭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특히 치타배달(단건 배달) 서비스를 기획하고 전국 서비스 확장을 총괄하며 쿠팡이츠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는 평가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츠서비스 장기환 신임 대표이사. 2021.04.14 nrd8120@newspim.com |
장 대표는 "쿠팡은 '고객이 와우하게 만들자'는 문화가 있으며 이는 당연히 쿠팡이츠서비스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쿠팡의 최신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에게 뛰어난 음식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상점주에게는 매출 증대의 기회를, 배달 파트너에게는 안전한 배달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쿠팡이츠 돌연 분사 배경 놓고 해석 분분...배달 시장 공략 vs 서버 장애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이 갑작스럽게 쿠팡이츠 분사한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우선 독립 법인을 통해 플랫폼과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배달앱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공격적인 행보란 분석이 우세하다. 고객과 개인 사업자들뿐 아니라 배달 라이더까지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꾸리겠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이번 쿠팡이츠 분사 배경과 관련해 "고객이나 업주들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달 라이더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또 최근 배달 업계 화두가 단건 배달인데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법인을 분리하게 되면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의사결정 단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이 빠른 결단력을 요구하는 사안에 시기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게다가 2위 사업자인 요기요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쿠팡이츠의 사업 확장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배민 이용자는 1715만명, 요기요는 774만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요기요는 지난 한해 이용자 수가 49만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쿠팡이츠는 지난해 1월 27만명에서 12월 284만명으로 257만명 급증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이용자 수 격차도 작년 1월 26.8배에서 2.7배로 좁혀졌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주요 배달앱 월사용자 수 비교 현황. 2021.01.22 nrd8120@newspim.com |
올 들어서도 쿠팡이츠의 추격 기세는 매섭다. 지난해 12월 13.79%였던 쿠팡이츠 점유율은 올 3월 20.39%까지 치솟았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서는 배민과 같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현재 배민 45%, 쿠팡이츠 45%, 요기요 10%가량으로 추산됐다.
최근 배달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한 몫했다. 배민이 지난 12일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쿠팡이츠의 약진에 위기감을 느낀 배민이 쿠팡이츠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배달대행기사) 확보가 중요한 승부처다. 향후 배달 기사를 선점하려는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대개 배달앱 업체들은 라이더 유치를 위해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을 활용한다. 앞으로 수수료 경쟁에 격화할 경우 이번 배달 경쟁의 향배는 '자금력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이츠 사업모델이 겹치는데 둘 다 판촉, 수수료 프로모션으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며 "배민은 앞으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돈을 쓸 것이고 쿠팡은 뺏어오기 위해 자금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잦은 서비스 장애로 인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분사를 추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이츠 수요 급증으로 한꺼번에 배달 주문이 몰리면서 시스템 과부하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쿠팡이츠는 지난 9일 저녁 서버가 다운되자 앱 페이지에 이러한 사실을 공지했다. [사진= 쿠팡이츠 앱 화면 캡처] 2021.04.14 nrd8120@newspim.com |
최근 쿠팡이츠 시스템 장애가 잇따르면서 고객과 배달기사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쿠팡이츠는 지난 달 10일과 이달 9일 당시 배달 주문이 몰리는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때 시스템 장애로 주문과 배달기사 배정이 중단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쿠팡이츠만 배달하는 전담 라이더와 음식점주들의 피해가 컸다. 배달 기사들은 주문 콜을 못 잡거나 배달 음식을 받고도 배송지를 확인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음식점주는 이미 조리한 음식을 폐기해야 해 손해를 봤다.
쿠팡은 쿠팡이츠를 분사하면서 서버 먹통 사태에 대한 대책도 함께 발표해 이러한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쿠팡은 이날 향후 서버 먹통 사태 재발을 막고 시스템 개선, 고객 응대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쿠팡이츠서비스는 고객과 상점주, 배달 파트너의 문의사항에 실시간 응대하는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한층 강화된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이 같은 지원 시스템을 통해 배달 파트너들은 유연하게 근무하고 자신의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rd812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