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이번 주(3~7일) 국내 증시는 지난달 말 나타난 급반등이 변동성 완화와 지수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시험할 전망이다. 미국의 제조업·고용지표와 팔란티어, AMD, 샌디스크 등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 기업 실적이 투자심리 회복의 지속 여부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7.91% 오른 6595포인트로 마감했다. 하루 상승폭은 1000포인트 안팎이다. 코스닥지수도 11.63% 오른 719포인트로 700선을 회복하며 4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양 시장 모두 갭상승 출발한 뒤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시가총액 2~4위 종목이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등은 미국 증시가 이끌었다. 미국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투자심리가 되살아났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8%대 올랐다. 국내에서는 AI 수익화 우려가 완화되고 시타델이 레버리지 헤지펀드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면서 디레버리징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됐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CAPEX) 전망 상향으로 반도체 업황 우려도 진정됐다.
수급은 외국인이 주도했다. 지난달 31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조6355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도 1조6774억원을 사들였다. 개인은 10조5017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 3조5883억원, 삼성전자 2조1030억원, SK스퀘어 3348억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급반등에도 코스피의 주간 수익률은 1%대 하락, 월간 수익률은 22%대 하락에 머물렀다. 지난달 30일까지 고점 대비 약 38% 하락한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만큼 이번 주에는 상승 폭보다 외국인 매수의 연속성과 장중 변동성 축소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7월 낙폭은 1997년 10월 외환위기 당시(-27.3%)를 웃돈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은 급락 과정에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이 4.85배까지 낮아졌고, 주요 매물대와 200일 이동평균선이 겹친 5700선 이탈 이후 항복성 투매와 저가 매수가 함께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美 고용지표·韓 물가까지…금리 경로 점검
이번 주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미국의 제조업·서비스업 경기와 고용 흐름이다. 3일에는 미국의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6월 건설지출, 7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제조업 PMI가 발표된다. 유럽의 7월 제조업 PMI와 중국의 레이팅독 제조업 PMI도 같은 날 공개된다.
앞서 2일 열린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 정례회의 결과도 3일 국내 증시에 반영될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와 미국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만큼 생산정책 변화 여부가 에너지주와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4일에는 한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미국에서는 6월 무역수지와 제조업 수주, 내구재 주문, 구인건수·이직보고서(JOLTS)가 공개된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한 가운데 국내 물가 안정 흐름이 유지됐는지, 미국의 구인 수요가 높은 수준을 이어갔는지가 관심사다. 미국 고용이 견조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완만한 둔화가 확인되면 시장금리 부담을 낮추는 재료가 될 수 있다.
5일에는 미국의 7월 S&P 글로벌 서비스업·종합 PMI와 ISM 서비스업 PMI, ADP 민간고용이 발표된다. 제조업보다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서비스업의 경기 흐름과 고용 둔화 여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이다.
6일에는 한국의 6월 경상수지와 미국의 6월 도매재고, 2분기 비농업부문 노동생산성 잠정치가 나온다. 유럽에서는 6월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시장의 관심은 7일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에 집중될 전망이다.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과 실업률이 함께 공개된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시장 전망치는 비농업 취업자 수 9만명 증가와 실업률 4.3%다. 전월 실업률은 4.2%였다.
고용이 완만하게 둔화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낮출 수 있다. 반면 취업자 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거나 실업률이 빠르게 오르면 경기 둔화 우려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중국은 7월 수출입과 무역수지를 발표한다. 중국 경기와 글로벌 교역 흐름뿐 아니라 국내 화학·철강·기계 등 중국 경기 민감 업종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AMD·샌디스크 실적 발표…AI 수요 재확인
기업 실적에서는 AI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관련 기업의 성적표가 주목된다.
4일에는 팔란티어가 실적을 발표한다. 시장은 기업과 정부 부문의 AI 소프트웨어 수요와 신규 계약 증가세, 하반기 매출 전망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캐터필러, 머크, 맥도날드, 화이자, 버텍스 등의 실적도 예정돼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토요타가 성적표를 공개한다.
5일에는 AMD가 실적을 발표한다.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과 AI 가속기 수요, 하반기 공급 및 매출 전망은 국내 반도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라이 릴리와 암젠의 실적도 5일 발표된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에이피알, 현대백화점, 카카오뱅크, 롯데칠성 등이 성적표를 공개할 예정이다.
6일에는 샌디스크 실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와 낸드플래시 수요, 가격 흐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메모리 업종의 실적 전망을 판단할 재료다.
스페이스X의 1차 보호예수 물량도 6일 해제될 예정이다. 보호예수 해제에 따른 매물 출회 여부와 우주·위성 관련 기업의 투자심리 변화가 관심사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KT&G, 엘앤에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6일 실적을 발표한다.
7일에는 에어비앤비와 오클로의 실적이 예정돼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를 비롯해 산일전기, 씨에스윈드,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GS리테일, 파마리서치 등이 성적표를 공개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Z8 시리즈 출시도 같은 날 예정돼 있다.
NH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후 이익 전망치가 일부 낮아졌지만 영업이익의 절대 수준은 내년까지 분기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적 전망 하향은 이익 감소라기보다 성장 속도의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본예탁금 상향이 수급 변동성을 낮출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은 기존 1000만원에서 전액 현금 3000만원으로 높아졌다.
NH투자증권은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합산 순자산총액이 고점 17조6000억원에서 6조1000억원으로 감소해 관련 상품이 추가로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 증권가 "수급 불안 해소…바닥 다지기 국면"
증권가는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이 걷히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팔란티어와 AMD 등 주요 기업 실적과 미국 7월 비농업 고용 발표가 남아 있다"며 "수급 불안 요인이 걷히는 가운데 증시 상방 재료가 우위에 서며 바닥 다지기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반등의 근거로는 실적 전망의 방향보다 이익 규모 자체를 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와 국내 반도체 실적, 빅테크 실적 등 대형 이벤트가 집중되며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해당 이벤트들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됐어도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 레벨은 분기별로 내년까지 높아지는 만큼 주가는 증가율보다 이익 레벨을 보고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등의 지속성을 가늠할 기준선도 제시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핵심 분기점은 5700~5800선으로 200일 이동평균선과 상승폭 50% 되돌림 구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 5배 수준이 이 지수대에 집중돼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해당 지수대에 안착할 경우 1차적으로 선행 PER 7배 수준인 8200선까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저가 매수세 유입이 확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종 대응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에 두되 실적주를 함께 보라는 조언이 뒤따른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항복성 투매 이후 사모펀드와 연기금 등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수급 바닥을 확인하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며 "딥밸류 회복 과정에서 반도체와 함께 화장품·운송·금융 등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의 트레이딩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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