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우리나라 기업이 지분을 100% 보유한 중국 법인이 물품대금을 주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법원에 소송을 낸 중국기업들에 대해 대법원은 국내에 재판 관할권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국 국적 유한회사 4곳이 한국의 A기업을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1심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 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4개 회사들은 A기업이 중국 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설립한 B사와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B사는 이들에게 물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4개 회사는 "B사는 A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공사법상 1인 유한책임회사에 해당한다"며 "중국 공사법상 두 회사 재산이 별개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미납 물품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1심은 "이 사건이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존재하다고 할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중국의 법인격 부인에 관한 법은 중국의 독특한 법률 규정 및 해석으로 인해 우리나라 법과 그 차이가 심대해 중국 회사가 대한민국 회사를 상대로 하는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이 이를 해석,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심리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방법은 대부분 중국에 있는 문서·증인이어서 중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게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4개 회사들은 중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도 A사가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승소한다고 해도 A사의 국내 재산에 대한 집행을 승인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역시 "원고들은 중국 법원에 소를 제기한 사실이 없으면서 A사가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오히려 B사의 주주가 대한민국 회사이고 그 주된 사무소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재판관할에 관한 예측가능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소송은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1,2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대법은 "국제재판관할권을 인정하려면 대한민국 법원과 소송 당사자 또는 그 분쟁이 된 사안 사이에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계약 체결지와 이행지가 중국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의 보통재판적인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가 대한민국에 있으므로 대한민국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회사들인 원고들은 대한민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증거의 수집과 제출, 소송 수행 등에서 지리적·언어적 불편함을 겪을 텐데도 이를 감수하면서 스스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의 재산이 대한민국에 있으므로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당사자의 권리구제나 재판의 실효성 측면에서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재판의 적정과 신속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