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대법원이 행정청의 재량 영역에 속하는 개발행위허가에 대해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는지 여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위법하다고 본 판결은 잘못이라며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박모 씨가 강진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박 씨는 전남 강진군 석문저수지 부근에서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운영하던 중 2018년 10월 액비화 처리시설 설치공사를 위해 공작물설치 및 토지형질변경의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강진군은 이듬해 1월 '사업대상지는 석문저수지와 인접해 있어 공사·운영 시 저수지 수질오염 우려가 있으며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악취 등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가 결정을 내렸다.
박 씨는 불허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은 박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며 "행정청의 판단 결과가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해 비례원칙 및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신청지는 국토계획법상 자연환경 보전지역에 해당한다"며 "신청지 아래쪽에는 저수지가 있고 주변 마을에서 위 저수지를 농업생활용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 수질오염물질이 배출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저수지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점,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청지에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은 강진군의 불허가 처분에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 1심 판결을 취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는 이미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운영해 오다가 가축분뇨 정화를 위해 이 사건 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설치목적을 고려할 때 박 씨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수질오염 방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이 사건 시설은 가축분뇨에 포함된 오염물질 대부분을 제거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며 "만일 박 씨가 시설을 설치한 뒤 정화되지 않은 가축분뇨를 무단 방류하는 등 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더라도 행정청은 개선명령 권한 등 사후 규제 수단을 가지고 있으므로 시설을 금지하지 않고도 수질오염이나 악취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은 이 같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진군의 재량적 판단이 된 주된 근거는 저수지에 인접해 있는 이 사건 시설의 입지에 비춰 볼 때 무단방류 등이 이뤄질 경우 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므로 원심 판단과 같은 사정만으로 강진군의 재량적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심은 이 사건 시설이 기존 '저장탱크' 방식에 비해 인근 마을에 악취 피해를 줄 염려가 더 적다는 점에 관해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환경이 오염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사후 규제만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대법은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거나 형평·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 사정이 있는지 추가 심리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