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시장에 출범한지 17년 만에 소매금융 사업을 접는다. 지난 2014년, 2017년에 이어 흘러나온 철수설은 올해서야 현실화가 됐다. 향후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분을 두고 인수합병(M&A), 부분 매각, 완전 철수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은 미국 씨티그룹의 소매금융 출구전략 추진 발표와 관련해 "향후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씨티그룹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소매 금융을 네 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한다"며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의 소비자 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한국에 남겨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유명순 행장은 전날 밤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사업전략 재편 발표와 관련해'라는 제목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에서 "한국씨티은행 경영진과 이사회가 함께 추후 가능한 모든 실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씨티은행의 총 자산은 69조5000억원, 총 여신은 24조3000억원이다. 이 중 소매금융 여신은 16조9000억원으로, 시중은행 전체 소매금융 자산의 2.7% 수준이다. 전체 임직원 수는 3500명이고 소매금융 관련 직원은 939명이다. 총 점포 수는 43개로, 소매금융 점포는 36개다.
(사진=한국씨티은행) |
소매금융 정리와 관련해 한국씨티은행 내부에서도 매각, 완전 철수 등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초 소매금융 철수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시중은행, 저축은행, 인터넷은행, 빅테크 업체 등 다양한 인수 주체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에는 탄탄한 자본을 가진 우수한 고객들이 많다는 강점이 있다. 이 때문에 KB금융, DGB금융, OK금융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인수주체가 나타나도 금융위원회의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인터넷은행과 빅테크는 은산분리 원칙으로 은행지분을 최대 10%(지방은행은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허들이 높기 때문에 은행이 추가로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면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점포와 인원을 대거 줄이는 상황에서 인수에 대한 니즈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매금융 부문을 점진적으로 완전 철수하고 자산정리를 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을 고려하면 쉽지만은 않다. 1000명 가량의 소매금융 관련 업무 직원들을 기업 금융 등 다른 분야로 그대로 흡수시키기에는 인원 규모가 크다. 또 외국계은행의 특성상 직원들의 부서 이동이 잦지 않고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주는 탓에 보직 변경에 어려움이 있다.
철수할 경우 희망퇴직을 비롯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씨티은행은 2014년도에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2017년도에도 일부 있었다. 최근 은행의 희망퇴직은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퇴직급여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최고치를 경신했고, 10억원대 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난 이들이 4명이나 됐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은행의 희망퇴직 조건이 나쁘지 않아 제2의 인생을 고민하는 직원들은 고민해볼만 하다"며 "다만 사업 완전 철수보다는 매각이 더 많은 직원들을 계속해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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