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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재건축 막차 타자" 하루새 수억 웃돈…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아이러니'

기사등록 : 2021-04-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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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맷값 5억 놓고 매수자와 집주인 간 치열한 신경전"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당일 26억원에 거래돼
"압구정·성수동 찾는 이만 많을 뿐 매물은 쏙 들어가"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오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날이라 너무 바빠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79㎡(23평)아파트의 매매가격이 14억원에 거래됐는데 지금 3억원 넘게 웃돈을 부르는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어요."(여의도 Z공인중개대표)

"매물 씨가 말랐어요. 사려고 하는 사람은 많고 집을 내놓겠다는 적은데, 실거래 가격을 묻지만 너무 올라버린 호가에 전화를 끊는 일이 다반사에요."(목동 신시가지 인근 P공인중개대표)

"3.3㎡당 1억은 이제 우스워요. 비선호 층도 3.3㎡당 1억 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어요. 인기 단지·층은 부르는 게 값이에요."(압구정 미성아파트 인근 G공인중개대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사진=유명환 기자] 2021.04.26 ymh7536@newspim.com

지난 26일 서울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성수 등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하루 남기고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무실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부산했다. 서울시가 27일 해당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전날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이와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으로 처분하려는 집주인과 조금이라도 싸게 매수하려는 사람간 신경전으로 인해 사무실은 한여름 땡볕 속을 방불케 했다.

이날 여의도 Z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매수자와 집주인 사이에서 난처한 얼굴로 가격 조정에 나섰지만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집주인으로 인해 결국 거래가 무산됐다. 사무소 직원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시범아파트의 79㎡(23평) 매매가격은 18억2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적게 불러도 20억 4000만원"이라며 "이 가격도 저렴한 축에 속한다. 방금 나간 집주인은 이보다 3억원을 더 요구하는 바람에 거래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여의도 시범아파트의 매물은 5건 정도 시장에 나왔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에 나온 매물은 전용면적 79㎡는 22억원에 매도 호가가 나왔다. 계약이 체결될 경우 3월 거래됐던 18억 2000만원 보다 4억 2000만원 오른 셈이다.

◆ 발표 직후 역대 최고가 갈아 치워…"집주인 하루 새 수억 올리는 건 기본"

호가가 수억 뛰었지만 실제 거래도 이뤄졌다. 지난 21일 전용면적 118㎡(35평)가 역대 최고가인 26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7월 20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고, 지난 1월만 하더라고 21억 3000만원에 팔렸던 평형이다. 

인근 H공인중개 대표는 "규제가 시행되는 27일 이전 아파트를 사려는 막판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물건을 들이는 상황"이라며 "매수자들은 1억원까지는 올려줄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집주인들은 이보다 1억 5000만원을 정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단지도 들썩였다. 지난주 목동신시가지 매매는 12건 정도 거래가 성사됐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최근 11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탈락하면서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시가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국토부에 요청한데다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수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5단지 인근 G공인중개 대표는 "지난주부터 매수 문의가 늘어났다"며 "목동은 입주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던 곳은데 지난주 갑작스럽게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면서 매매 호가가 1억원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목동1단지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 후 일요일까지 나흘간 1단지에서만 2∼3건 거래가 이뤄졌다"며 "2단지도 2건 계약서를 썼다고 하고 뒷단지들도 거래가 1∼2건씩 있었다. 대부분 신고가를 경신했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4.26 ymh7536@newspim.com

◆ "넘치는 매수자에 매매 호가만 뛰어"…토지거래허가제 규제가 되레 공급효과 줄여

압구정은 매물 자체가 없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이지만 매도호가는 이미 급등했다.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대는 지난해 말부터 재건축 조합 설립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신현대(현대9·11·12차) 117동 전용 155㎡(46평) 11층 매도호가는 하루 만에 60억원으로 5억원 급등했다. 지난 2월 20일 같은 면적의 10층 단지가 45억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현재 호가는 이보다 15억원 오른 수준이다.

압구정동 한양1차 5동 전용 78㎡ 저층 매도호가는 지난 21일 하루새 29억원으로 1억5000만원 올랐다. 지난 1월 12일 최고가에 거래된 25억90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뛴 것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현대 1~7차의 전용면적 108㎡(33평) 평균 매매가격은 약 30억원 안팎이다. 현재 가격이 가장 저렴한 물건은 전용면적 108㎡(33평·12층)의 매맷값은 28억 2000만원으로 올 1월 같은 평형(10층)의 매맷값(27억원) 보다 1억 2000만원 오른 가격으로 매매값이 형성됐다.

최근 같은 단지에서 최고가가 나왔다. 현대아파트 7차 전용 245㎡(74평) 매맷값이 80억원으로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평수의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매수자는 같은 동, 같은 층수에 거주하다가 자신의 아파트를 54억 5000만원에 팔고 옆집인 해당 매물을 80억원에 사들였다.

압구정동 S 공인 대표는 "이쪽은 이미 매수할 사람은 대부분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 매수하려는 사람은 있어도 가격대가 맞지 않고 매물도 없어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광진구 성수동 등에서도 최근 매수만 있을 뿐 집을 내놓는 집주인들은 없었다. 성수동 P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성수전략정비구역 매물 가격은 기본적으로 25평은 18억원 이상, 30평은 20억원 이상"이라며 "그동안 거래가 많이 되어서 매물이 거의 없어, 지금 나온 물건은 굉장히 귀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중개업소들은 당분간 성수 일대 매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수동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은 규제와 상관없이 느긋한 입장"이라며 "어차피 살 사람은 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이 공급을 줄이는 효과로 오히려 매도 우위 경향을 보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매맷값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허가제 시행으로 거래는 움츠러들겠지만 집주인들이 이번 규제를 재건축 사업 청신호로 보고 있어 급매로 집을 내놓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한 매매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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