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경찰을 비롯한 사회필수인력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백신 접종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말로만 '자율 접종'일 뿐 사실상 '강제 접종'을 압박한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문서까지 돌면서 경찰 백신 접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AZ 백신 접종이 시작된 전날부터 국관별로 백신 접종률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실적 보고서는 매일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보고된다. 김창룡 청장은 전날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도 백신 접종에 적극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백신 접종률 실적 보고는 본청뿐만 아니라 전국 지방경찰청 차원에서도 실시되고 있다. 더욱이 경찰 지휘부에서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커지자 일선 경찰서에서도 매일 아침 백신 접종 관련 회의가 열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백신 예방 접종을 지휘부에서부터 독려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날마다 통계를 잡고 있고 그걸 위해 각 경찰서별로 아침마다 회의도 한다"고 전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경찰과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의 백신 예방 접종 시기를 이달 말로 앞당겼다. 경찰은 내달 8일까지 AZ 백신을 접종할 방침이다. 접종 대상 경찰관은 총 12만970명이다. '희귀 혈전증' 발생 가능성 우려로 30세 미만은 제외된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김창룡 신임 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22대 경찰청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0.07.24 dlsgur9757@newspim.com |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백신 접종 여부는 경찰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접종률 실적 보고까지 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자율은 없고 강제라는 것이 경찰관들의 목소리다. 국민 집단면역이라는 측면에서 최일선에서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이 우선 접종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있지만, 사실상의 강요는 무언의 압박이라는 지적이다.
한 지방경찰청 간부는 "대민 업무의 접점에 있으니 사회필수인력인 경찰이 필수로 맞아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어' 다르고 '아' 다른데 반강제적 분위기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 경찰서 직원은 "경찰청장이 근무복을 입고 백신을 맞았다는 것은 경찰 내부에 무언의 압박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날마다 청장이 보고를 받으니 심리적 압박감도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청장은 지난 26일 오전 근무복 차림으로 AZ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가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보이지 않는 괴롭힘 등 업무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 진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지방의 한 경찰서 직원은 "당연히 접종을 거부할 수 있지만, 꼬치꼬치 사유를 물어보고 약간 괴롭힐 수도 있다"며 "힘들어 하는 직원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 직원도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며 "신체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 받는 나라에서 실시간으로 접종 여부를 감시 당하고 무언의 압박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경찰서별로, 과별로 통계 내서 보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선택이냐"며 "경찰과 소방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국민이고 가정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백신 맞으라고 압박하는 동대문경찰서장"이라는 제목의 글까지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경찰서장은 "희망자만 맞으라고 하니까 직원들이 그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한다. 우리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맞도록 합시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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