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우리가 집값을 올렸나요.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 해 발생한 문제를 왜 우리가 그걸 책임져야하는 거죠. 지난해 강남 아파트 공시가격이 38%나 올랐을 때 단체 이의신청을 했는데,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이번에 19% 오른 걸로 이의신청을 해봤는데 아무 소용도 없었어요."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84.99㎡(25평)에 살고 있는 김모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올해 확정 공시가격을 확인하곤 한숨을 내쉰다. 12억원대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9억 2500억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보다 2억 5700만원 올랐다. 김씨는 "작년에 공시가 10억원이 넘더니 올해는 12억 5700만원이 넘어 깜짝 놀랐다. 종부세율 구간이 바뀌면서 세금이 더 크게 늘어날 판"이라고 했다.
지난달 잠실 리센츠를 비롯한 강남권 아파트단지에선 입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시가격 이의 신청을 서로 독려했다. 이 결과 집단민원을 제출한 단지는 작년 115곳에서 올해 179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제기된 이의 신청(총 4만 9601건)에도 불구, 정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조정한 건수는 2485건으로 수용률이 5%에 불과하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4.28 ymh7536@newspim.com |
◆ 소통 없는 정부..."문 정부 출범 후 공시 이의신청 두자릿 수 상승"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 및 검토 절차를 거쳐 결정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8일 발표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접수된 의견은 4만9601건으로 지난해(3만7410건) 보다 32.6% 늘었다. 역대 가장 많았던 2007년(5만6355건)보다는 적은 규모이지만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난해보다 의견제출 건수가 크게 늘었다.
제출의견 중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4만 8591으로 전체 의견의 대부분(98%)을 차지했다. 공시가격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는 의견은 1010건(2%)에 그쳤다.
가격을 높여달라는 의견에서 약 95%인 963건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었고 낮춰달라는 의견의 약 62%인 3만226건은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지난해보다 의견제출 건수가 감소했지만 경기·세종·부산을 중심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의견제출 건수가 크게 늘었다. 서울은 2만2502건이 접수돼 지난해(2만6029건)보다 13.6% 줄었다.
정부가 기존 공시율을 조정하지 않기로 한 만큼 올해 보유세 부담은 높아지는 게 불가피하다.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고가 아파트 보유자의 올해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84.43㎡) 보유자의 경우 공시가격은 38.0% 뛰면서 작년엔 보유세를 419만 8000원 냈는데, 올해는 610만3000원으로 190만 5000원(45.4%) 오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 같지만 이미 시장에 선반영한 측면이 있어 당장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 보단 당분간 거래가 주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시가격 이의 신청이 감소했지만 9억원 초과 주택을 소유한 이들의 이의 신청건수는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집주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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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행동에 나선 강남3구·마용성
실제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강남3구(송파·서초)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마포구 P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양모 씨는 "지난 3일 입주민들이 공시가격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현재 이의 신청에 찬성한 주민들이 공시가격 이의에 대해서 시와 구청에 재 신청서를 제출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남3구 일부 주민들 집단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다. 송파구에 거주하고 한모 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꾸준히 공기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표준공시지가 인상률은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1%대(2011년), 2%대(2013년), 3%대(2012·2014년)를 유지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8년 이후 6%를 넘겼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19.89%로 전년(14.73%)보다 5.16%포인트(p) 올랐다. 서울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국 평균인 19.05%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엇박자를 내는 발표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물가상승률도 1%대에 불과하고 코로나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침체하고 있는데 공시가격만 두 자릿수로 급격히 올려 보유세 폭탄을 던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이라는 틀에 갇혀 경기부양 정책과 엇박자를 내지 말고 1가구 1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감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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