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가 이달 말 2차 합의문 도출을 시도한다. 2차 논의의 핵심인 택배비 인상 외에 주5일제 도입, 택배기사당 물량 축소, 표준계약서 등의 세부적인 내용이 관심이다.
◆ 11·25일 회의 열고 최종 논의…주5일제·택배기사 수수료 인상 등 쟁점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기구는 오는 11일과 25일 회의를 열고 최종 합의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5일 마지막 회의에 앞서 열리는 11일에 합의문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은 주5일제를 포함, 택배기사의 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세부안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될지다. 앞서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기사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의 책임을 택배사가 부담하기로 정한 바 있다.
노조는 주5일제 도입과 함께 택배기사의 물량을 줄이고 수수료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 5일제의 경우 토요일 배송 물량을 월요일로 미루자는 것이다. 토요일에 집하 작업을 쉬기 때문에 월요일 물량이 적어 가능하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택배기사 과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야간작업을 줄이기 위해 택배기사당 물량을 줄이는 것도 요구사항이다. 대신 건당 수수료를 높여 임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택배비 인상폭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지난번 합의로 분류작업을 부담하게 된 만큼 택배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상폭이 클수록 택배기사들의 수수료 인상 요구 등을 수용할 여지가 커진다. 수수료 인상의 경우 협상의 여지가 있는 데 비해 주 5일제는 업계가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비 인상폭은 정부 용역 결과인 상자당 200~300원 수준으로 담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올해 초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시작으로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업체들이 250원 가량 택배비를 이미 올린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반면 노조가 수수료 인상 등에 대해 강경하게 나갈 경우 협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표준계약서 역시 쟁점이다. 노조는 생활물류법상 권고사항인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 역시 택배사 인증제도에 택배사들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는지 여부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시내의 한 택배물류센터 모습. 2021.01.29 mironj19@newspim.com |
◆ 택배비 인상 이익은 상당할 듯…2차 합의 결과에 따라 업계 추가 부담 가능성도
택배업계 입장에서는 2차 합의안의 내용에 따라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수 있다. 분류인력 투입에 이어 택배기사 수수료 인상도 논의 대상에 포함돼 있어서다. 주5일제 역시 업계의 우려대로 쿠팡, 이마트 등 경쟁사로 물량을 뺏길 수 있어 타격이 클 수 있다.
다만 택배비 인상의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가 막바지에 이른 택배기사 과로 문제 논의에서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택배비 인상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큰 폭의 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사들이 처우 개선을 위해 비용을 쓴 만큼 가격 정상화 유인이 커졌다"며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CJ대한통운이 처리한 택배 16만8900만개 기준 택배비 250원 인상으로 인한 추가 이익은 4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택배비 인상으로 인한 물량 감소 등은 감안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추가 논의를 통해 원활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사회적 합의기구 참여자 간 입장이 달라 논의가 더 필요하다. 진전이 안될 경우 25일 이후로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택배기사의 과로를 막기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핵심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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