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여전히 국내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한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오전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 급등에 따른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인플레이션 우려할 상황 아니라는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금통위 본회의는 비통방 회의로, 한은 내부 관련회의가 주제인 만큼 간밤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과 관련한 내용은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이 총재는 올해 들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를 우려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2020.11.26 lovus23@newspim.com |
앞서 12일(현지시간)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2% 오르면서 시장의 예상치(3.6%)를 크게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도 0.8%(예상 0.2%)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국내의 '인플레이션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경제에 단기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밤사이 펴낸 보고서에서 "이번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기저효과, 대면서비스 수요 증가, 공급 병목 현상 등은 향후 수개월간 물가 변동의 주요 동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은 물가분석부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이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원 한은 물가분석부장은 "소비자물가가 상승해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고 심리적인 불안을 유발할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우리한테 오는 경로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서는 유가, 원자재, 곡물 가격에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최근 우리나라도 성장률이나 물가가 더 올라 계속해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2.3% 올랐다. 2017년 8월에 2.5% 오른 이후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로, 이는 인플레이션 여부를 가리는 기준선이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국내 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4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이 물가 동향을 우려하며 한은 담당 부서에 물가 전망을 구체적으로 물었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소통을 강조하는 위원도 있었다. 또 금융안정 차원에서 금리 상승을 고려할 때가 다가온다는 뜻으로 해석될만한 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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