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SK건설이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라오스, 중동 등 해외사업장에서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라오스, 이라크, 쿠웨이트는 SK건설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미미해 회사 전체 매출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
또한 SK건설은 2년여 전 미국 블룸에너지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건설사 중에서 발빠르게 '친환경·신에너지 사업'에 진출했다. 회사가 블룸에너지와 설립한 합작법인(JV) 블룸SK퓨얼셀이 미국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출한 만큼 향후 폭발적 성장동력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라오스 매출, 전년비 83% 급감…이라크·쿠웨이트, 코로나19 '직격탄'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작년 라오스, 이라크, 쿠웨이트 매출이 1년 전보다 60% 이상 감소했다. 우선 작년 라오스 매출은 1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3% 급감했다. 작년 이라크 매출은 1111억원으로 69.4% 줄었으며 같은 기간 쿠웨이트 매출(959억원)은 60.6% 축소됐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5.14 sungsoo@newspim.com |
라오스의 경우 SK건설, 한국서부발전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추진한 라오스 댐 붕괴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복구공사비용, 예상 지체상금, 구호활동 비용 등을 재무제표에 반영했고 피해보상 관련해서 예상되는 추가 비용도 충당부채로 계상했다.
회사의 작년 말 공사손실 충당부채는 1344억원으로 1년 전(363억원)의 3배가 넘는다. 총 충당부채는 작년 말 기준 5002억원으로 1년 전(3146억원)의 약 1.6배다.
이라크의 경우 카르발라 정유 프로젝트(도급액 1조7087억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사업장은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SK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 중인 현장이다.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공기가 7개월 가량 늘어나 내년 9월쯤 완공될 예정이다.
쿠웨이트에서는 클린퓨얼 프로젝트에서 약 2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GS건설 등이 공동 참여했으며 SK건설의 공사 금액은 16억600만달러(1조7000억원)다. 코로나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발주처와 협의를 해야 한다.
◆ 신에너지·친환경 등 플랜트 매출 '절반 이상'…건설업 위험 완화 기대
하지만 라오스, 이라크, 쿠웨이트는 SK건설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미미하다. 작년 회사 전체 매출(7조5289억원)에서 라오스(121억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그친다. 이라크(1111억원)는 1.5%, 쿠웨이트(959억원)는 1.3%다.
특히 SK건설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18%)은 국내(82.1%)보다 극히 적다. 회사가 해외공사 관련 대규모 손실 경험을 겪은 후 보수적인 해외수주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SK건설은 '건설업'을 뛰어넘어 '친환경 에너지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SK건설도 친환경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SK건설 사업보고서를 보면 플랜트 사업부문 매출은 4조6857억원으로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62.2%)을 차지한다. 이 때 플랜트 사업부문은 기존 플랜트사업과 신에너지솔루션, 친환경솔루션을 합친 것이다.
플랜트 사업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은 작년 말 기준 8.5%로 회사 전체 매출총이익률(7.4%)을 웃돈다. 다른 주요 건설사들이 플랜트사업부에서 손실을 보는 것과 대조된다.
또한 SK건설은 작년 초 친환경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친환경사업 부문은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직접 사업부문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친환경사업 부문은 스마트그린산단 사업, 리사이클링 사업 등으로 구성된다. 안 사장은 리사이클링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작년 국내 1위 폐기물 처리업체 '환경관리주식회사'(구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4.15 sungsoo@newspim.com |
환경관리주식회사가 맡는 폐기물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고 단가 인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데다 경기민감도가 낮다. 또한 통상적 폐기물 처리업체와 달리 ▲수처리 ▲소각 ▲매립 ▲폐유정제 등 환경사업 전반을 다루고 있다.
수처리 시설과 폐기물 소각시설이 전국에 분포해 있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각 지역 지자체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SK건설이 환경관리주식회사 인수로 실적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웅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건설은 환경관리주식회사 인수 이후로 본업인 건설업의 높은 사업위험을 완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로써 사업 안정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혜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폐기물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이를 처리하는 시설의 부족 현상이 앞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서 수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수자원 관리가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SK건설이 친환경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회사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블룸에너지 에너지서버 '독점 공급'…블룸SK퓨얼셀로 미국시장 진출
SK건설이 '신에너지 사업'에 선제적으로 진출한 것도 향후 폭발적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에서 친환경·탈석유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고 친환경 전기차 시대가 도래해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발주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SK건설이 지난 15일 미국 블룸에너지(Bloom Energy)사와 발전용 연료전지 주기기에 대한 국내 독점 공급권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앞줄 왼쪽), 케이알 스리다르 블룸에너지 대표이사(앞줄 오른쪽), 존 도어 블룸에너지 이사회 멤버 겸 벤처캐피탈리스트(뒷줄 왼쪽 세번째), 콜린 파월 블룸에너지 이사회 멤버 겸 전 美 국무장관(뒷줄 왼쪽 다섯번째) [사진=SK건설] 2021.05.14 sungsoo@newspim.com |
SK건설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블룸에너지의 발전용 연료전지 주기기 '에너지 서버'를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블룸에너지는 구글, 코카콜라, 애플,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에 총 35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의 개술개발, 제조, 설치, 운영 및 유지보수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블룸에너지의 주기기인 에너지 서버는 전기 효율이 기존 연료전지보다 50% 이상 높고 백연과 미세먼지 배출이 거의 없다. 또 소음이 적고 위험도가 낮은 데다 도심 내 설치가 가능하다.
SK건설은 블룸에너지의 에너지 서버를 국내에 수입해 설치하는 시공사로서 설계·조달·시공(EPC) 매출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신규수주는 4100억원이었고 작년 신규수주는 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SK건설은 단순 시공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국산화 및 운영사업(LTSA) 확대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작년 1월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JV)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다. 합작법인 지분은 SK건설 49%, 블룸에너지 51%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경북 구미 공장에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한 후 SOFC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 생산 규모는 올해 50MW에서 오는 2027년 400MW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블룸에너지의 국내 시장점유율 25%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130MW, 내년 150MW 규모의 신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부터는 EPC 매출 외에도 50MW 규모의 기기 납품 매출까지 포함할 예정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SK건설이 블룸SK퓨얼셀 설립으로 국내시장 뿐 아니라 미국 연료전지 시장에도 진출한 만큼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연구원은 "블룸SK퓨얼셀은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 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에퀴닉스가 발주한 SOFC EPC 공사도 수주했다"며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회사가 EPC 경험을 인정 받아 향후 미국에서 더 많은 사업 기회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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