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가 택배업계 주5일제 도입 등을 포함한 합의문을 내달 8일 도출한다는 목표다. 다만 택배업계와 택배노조가 택배비 인상 시점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된다.
◆ 고용부 용역 6월 중순 결론, 합의문 도출도 지연…분류인력 투입 시기 놓고 노조·업계 입장차
2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기구는 내달 8일 합의문 도출을 시도할 예정이다. 당초 오는 25일 마지막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택배기사 적정 작업시간 측정 연구 일정이 지연지면서 합의문을 완성 시점도 미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생각보다는 오래 걸린다"며 "내달 8일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한양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교실에 용역을 맡겨 택배기사들의 적정 작업시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달부터 시작된 측정은 3~4주에 걸쳐 진행된 뒤 합의문 도출을 목표로 하는 6월 8일 전후로 마무리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측정값에 대한 분석 등을 거쳐 6월 중순에 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합의문 도출을 위한 주요 쟁점은 택배비 인상 시점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대부분의 택배사가 올해 초 택배비를 인상한 상황에서 곧바로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반면 노조는 분류인력 투입 등 택배 원가 상승 요인을 당장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차 합의 당시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각각 분류인력 1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이 숫자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추가 인력 투입이 필요한데 택배사들이 기다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원가 상승분을 곧바로 택배비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각 회사의 택배기사는 각각 약 5000명으로, 노조에 따르면 택배기사 1명당 분류인력 2명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약속한 분류인력을 들어가도 현장에서 효과는 미미하다는 노조 주장에 분류인력은 일부 터미널에 집중해서 투입돼 있는 상태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leehs@newspim.com |
◆ 업계 "비용지급 등 택배사가 결정할 일"…주5일제 자율 도입도 검토
업계는 1차 합의문에 따라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책임지면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류인력 투입 또는 자동화 설비 설치 등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 비용을 지급하기로 1차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론낸 바 있다"며 "택배업체들이 어떤 방식으로 분류 작업을 부담하면 되고 원가 인상 요인 등 택배사의 재무상태까지 노조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택배비 인상폭은 정부가 용역을 통해 제안한 상자당 200~300원 수준을 기준으로 논의되고 있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초 200원 안팎의 택배비가 인상된 상황에서 추가 인상폭이 얼마가 될지에 따라 인상 시점도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5일제 도입 여부도 관심이다. 노조는 주5일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쿠팡, 이마트 등 경쟁사로 물량이 뺏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안으로 주5일제 도입을 위한 추가 인력 고용이 거론되지만 비용 문제로 택배업계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물량이 적은 토요일, 월요일에 돌아가면서 쉬는 방안은 노조가 반대하고 있다.
절충안으로 주5일제를 업체별로 시범 도입하거나 자율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업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강제할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노조는 노조가 있는 영업점을 중심으로만 5일제가 도입될 가능성 때문에 우려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합의기구와 별도로 '지상 공원형 아파트 배송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는 21일 두 번째 회의를 연다. 지난 14일 회의에서 문제 해결 필요성과 일정 등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택배업계와 노조의 쟁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달까지 결론을 도출한다는 목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고 얘기를 더 해봐야 한다"며 "6월까지 최대한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협의체를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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