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차량 자체에 물리적인 훼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운행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면 '재물손괴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배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상고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서 '기타 방법'이란 손괴 또는 은닉에 준하는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해 재물 등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나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든 것을 말하며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거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든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리에 따라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 차량의 앞뒤에 쉽게 제거하기 어려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바짝 붙여 놓은 행위는 피해 차량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은 "비록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 차량 자체에 물리적 훼손이나 기능적 효용의 멸실 내지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피고인이 놓아둔 구조물로 인해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일시적으로 본래 사용 목적에 이용할 수 없게 된 이상 차량 본래의 효용을 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에 따르면 배 씨는 지난 2018년 7월 서울 노원구 소재 공터에 평소 굴삭기를 주차해두던 장소에서 피해자가 승용차 2대를 주차해둔 것을 보고, 차량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주조물과 굴삭기 부품 등을 두어 승용차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혐의(재물손괴)를 받았다.
1심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승용차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는 아무런 장애가 초래된 바가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피해자 승용차에 물리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 않았다고 해도 피고인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써 일시적으로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고 봐야 한다"며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인정,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형을 확정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