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임대소득으로 매달 200만원 정도 나오지만 대출이자에 국민연금·건강보험료에 기타 비용등을 내고 나면 남는게 없어서 알바를 해야 할 판이에요. 팔고 싶어도 양도세 혜택때문에 8년을 참았는데 이제와서 6개월 내에 양도 못하면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니 임대사업자 등록을 왜 했는지 후회가 되네요" (은평구 빌라주 L씨)
여당이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하기로 하면서 등록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28일 찾은 마포구와 은평구 일대에서 등록임대사업자들은 혜택 축소 발표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임대를 놓아도 이런저런 비용이 나가면 남는게 없는 상황인데 투기세력으로 마녀사냥 당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임대등록을 권장하면서 이런저런 혜택을 줘놓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갑작스럽게 정책을 바꾸는 것은 잘못됐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 "임대소득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데 혜택까지 축소"...억울함 토로하는 등록임대사업자
임대등록제도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임대사업자에게 임대료 인상 제한 등 의무를 부여하면서 세제 혜택을 준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임대등록을 권장하기 위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및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줬다. 임대등록을 활성화해 임대시장 상황을 파악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을 축소해왔다. 지난해 7·10대책으로 단기 및 아파트 임대주택 등록을 폐지했고 최근에는 전월세 시장 불안 원인을 등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진 과도한 혜택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며 추가적인 혜택 축소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혜택 축소로 피해를 보게 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중에는 임대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고령자들이 많은 편이어서 혜택 축소는 이들에게 생계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마포구 연남동 빌라 밀집지역 2021.05.28 krawjp@newspim.com |
마포구 연남동 빌라 임대인 B씨는 "주변에 임대인들 대부분 소액의 임대소득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양도세나 종부세 혜택에 더 예민한 편이었다"며 "한 달에 150만~200만원 정도 임대소득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투기세력으로 몰아가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빌라나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매매도 쉽지 않아 사실상 양도세 혜택이 사라지게 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의무기간이 끝나 등록이 자동말소되면 6개월 내에 주택을 양도해야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주택은 임대용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취득세·양도세 부담도 있어 매수자 역시 선뜻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마포구 동교동 B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최근에 빌라나 다가구·다세대 주택 거래 자체가 뜸한 편이다"며 "기존에 다주택자 취득세 부담에다가 다음달부터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면서 매수를 하려던 분들도 부담 탓에 취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등록 권장하다가 뒤통수 쳤다" 커져가는 정부 불신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등록임대사업자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높았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다른 의도가 있어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혜택을 부여하던 시기에도 관련 법안들이 따로 만들어져 혼란이 연출되는 등 정부 정책이 방향성을 잡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남동 K 공인중개사무소장은 "등록을 권장하던 당시에도 단기임대는 의무기간이 4년이지만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면 1년 더 보유하고 있어야 했는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본 임대인이 많다"며 "혜택 축소까지 이어지면서 뭘하든 정부를 못믿겠다는 반응들이다"고 말했다.
연남동 다세대주택 임대인 R씨는 "4년 단기임대 등록했는데 지난해 신규등록을 폐지하더니 의무기간이 지나니 자동말소됐다는 통지서가 왔다"며 "혜택을 권장하다 갑자기 축소한 정부인데 기존에 약속했던 양도세 일반과세는 이뤄지는건지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에 주어진 혜택은 축소하면서 건설임대의 혜택은 유지하는 상황이어서 개인이 임대사업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개인이 하던 임대사업을 몰수해 국가나 기업에서 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이미 LH에서 개인 임대주택을 매입하거나 위탁하고 있는데 조건이 까다로워 거절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매입 주체를 LH로 삼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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