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관영매체 논평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한 데 대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는 점을 31일(현지시각)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비난한 데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임을 역설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 측 논평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문에 "북한 매체에 실린 논평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국무부 청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의 안보를 강화하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를 모색하는 잘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논평기사에서 "남조선이 우리 공화국 전역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사정권 안에 넣을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수 있게 됐다"며 "많은 나라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 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 유연성'이니 하는 대북정책 기조들이 한갓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평은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발표한 이후 처음 나온 반응이다.
북한은 논평에서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 부과했던 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한 데 대해서도 "고의적인 적대행위"이자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실 관계자는 VOA에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됐듯이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 지침의 종료를 발표하고, 양국 대통령은 이 결정을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 태영호 "북한 반응에 고심 흔적…8월 한미연합훈련까지 지켜볼 듯"
한편 북한 고위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같은 날 '이번 북한의 반응 주체는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 주목해야 한다'는 논평을 내고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후 9일 만에 첫 반응을 보였다. 공식 입장이 아니라 개인 명의의 논평이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이라고 하고 우리 대통령을 향해서는 '역겹다'는 예의 없는 표현을 썼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태 의원은 "이번 북한 반응에서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점은 첫째로, 이번 북한 입장 발표 주체가 북한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에 나온 논평원 이름과 직함이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이라고 되어 있다. 혹시 지난 시기 북한이 관영 매체에 가끔 내세웠던 일본 조총련계 대북 전문가 김명철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지난 시기 북한은 저들의 불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일본 조총련 계 전문가 김명철을 내세우곤 하였다"고 전했다.
그는 "김명철의 글을 놓고 평양주재 외국대사관에서 북한 외무성에 북한 공식 입장인가고 따지면 일본에 있는 국제문제평론가의 견해이지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서곤 하였다"며 "쉽게 말하면 김명철을 내세워 미국이나 한국의 간을 보는 것이다. 이번에 조선중앙통신이 나온 '김명철'이 일본에 있는 조총련 계 김명철이 아닌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 의원은 "둘째로, 북한의 이번 반응이 나올 때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점이다. 실례로 북한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발표 바로 다음 날인 7월 2일 노동신문에 비판 논평을 실었다. 7월 4일에는 ICBM-화성 14형을 처음으로 실험발사했다. 이것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방미 결과가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입장정리가 끝나고 3일 동안 ICBM 발사 준비를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북한에서는 강경으로 가닥을 잡을 때는 결정 채택 과정이 신속히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화로 방향을 잡을 때는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득실관계를 계산하느라 시간이 걸린다. 이번의 경우를 후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셋째로, 이번 논평원의 글을 보면 글의 전반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정책적 비판에 방점이 찍혔고 우리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감성적 비판이다. 지난 시기 북한의 대남비난 발언에서 정책비판이 아니라 감성적인 비난은 쉽게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총체적으로 보면 북한은 지금까지 나타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정도로는 미북 대화에 나가기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적어도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 연속성' 차원에서 8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까지는 지켜보고 최종 입장을 정립하려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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