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이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살인은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김태현은 "피해자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빠져 범행에 이르렀다"며 "범행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점을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피해자 유족들은 김태현에게 "진실을 얘기하라"고 반발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사형 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악형에 처해달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09 leehs@newspim.com |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일 살인, 절도, 특수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김태현은 이날 방역용 마스크와 페이스쉴드를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태현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친구에게 (자신을) 험담한다는 생각에 빠져 배신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범행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세 번째 피해자 살해 이후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계획이었다"며 "첫 번째,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측이 재차 "첫 번째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강조하자 법정에 있던 피해자 유족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김태현을 향해 "진실을 얘기하라"고 소리쳤다.
특히 이날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 9명은 검찰이 김태현의 범행 일시·장소·방법 등 공소사실을 낭독하자 흐느꼈다.
유족 중 한 명은 발언 기회를 얻고 재판부를 향해 "계획된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모습"이라며 "사형 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끔 악형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법에서는 항소가 있겠지만 김태현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며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저 인간한테 내 조카를 왜 가슴에 묻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두 번 다시 법정에 불러 세워서 재판이라는 이름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유족은 "김태현이 사람 3명을 죽여 놓고 자기는 살고 싶어 반성문을 쓰는 것 자체가 너무 어이가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특히 "저런 사람은 앞으로도 이 사회에 나와서는 안 된다는 걸 꼭 증명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1.04.09 leehs@newspim.com |
김태현은 지난 3월 23일 오후 4시 40분쯤 피해자 A씨가 거주하는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에 찾아가 A씨 동생 B씨와 모친 C씨,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태현은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게임을 통해 알게 된 A씨에게 호감을 가졌으나 A씨가 자신의 연락을 거절한 뒤 번호를 변경하는 등 연락을 받지 않자 스토킹을 했다.
특히 A씨가 지난 1월 23일 연락을 차단하자 다음날인 24일부터 2월 7일까지 A씨 집을 찾아다니거나 공중전화, 타인 명의 휴대전화, 채팅어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고 반복적으로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태현은 A씨 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3월 20일 자신의 주거지 근처 상점에서 청테이프를 훔치고, 같은 달 23일 오후 5시 25분쯤 A씨 주거지 근처 마트에서 과도를 훔쳤다.
범행 이후에는 A씨 집에 있는 컴퓨터로 A씨 SNS에 수차례 접속해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찾은 후 대화내역과 친구목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검찰은 통합심리분석 결과 김태현이 사이코패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다만 낮은 자존감과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 피해의식적 사고, 보복심리 등 반사회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현은 재판에 앞서 지난달 11일, 18일, 25일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태현은 변호인과 상의 없이 스스로 반성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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