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전월세 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피해가 문제로 부각되자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보증보험 가입 사례가 많지 않아 보증금 미반환사고에 속수무책인 임차인들에게 가입 의무를 부과해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임대인들이 보증료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는데다 가입자수 증가로 인해 보증보험사의 변제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 보증금 사고로 신용불량자 전락하기까지...보증보험 의무가입으로 막는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보증금 미반환사고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보증금에 대한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보증금 3억 이하 임대차계약에 대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다만 보험 가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있는 세입자를 고려해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 이하의 전월세계약(서울 기준 보증금 5000만원 이하)은 임대인과 임차인 합의로 의무 가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보증금 기준이 3억원으로 책정된 것은 보증금 미반환사고에 대다수가 보증금 3억 이하 계약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병훈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한 전체보증금 미반환사고 세부내역을 보면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신고된 총 5279건 가운데 4703건(89.1%)이 보증금 3억 이하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3억 이하 임대차 계약은 아파트보다 다세대·다가구주택 및 빌라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들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임차인들이 적정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워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병훈 의원실 관계자는 "보증금 미반환사고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임차인이 나오는 등 피해가 극심하지만 사고 피의자에 대한 처벌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미반환사고로 인한 임차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임차인 보호효과 있으나 보증보험 비용부담 및 재무건전성 문제 관건
전문가들은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 될 경우 임차인들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증보험사의 변제 부담과 임대인·임차인들의 비용 마련 문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이뤄질 경우 보증보험사의 변제 부담이 늘어 재무건전성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보증보험은 SGI 서울보증을 중심으로 소수의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SGI서울보증은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 변제보증 부담을 조세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신용조사등이 소홀해지면 보증보험사의 변제 과정에서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며 "위험도를 사전에 철저히 선별해 보증금액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가입시 비용 부담 문제가 발생하는데 액수 자체는 큰 편은 아니지만 이를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빚어지거나 임대인이 져야 할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의 보증료율(0.146%) 기준으로 보증금 3억원 임차주택의 연 보증료는 43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임대인이 임차인에 비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기준으로 보면 임대인이 75%를 임차인이 25%를 부담해야 한다. 이를 적용하면 임대인은 월 2만7375원을 임차인은 9125원을 부담해야 한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에 비해 보증료로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어 유리하지만 임대인으로서는 실익이 크지 않은만큼 이를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증보험의 비용 부담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며 "임차인 입장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임대인에게는 실익이 크지 않은만큼 비용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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