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방사능 관련 작업자들이 더는 무거운 납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진이 방사능에 견디는 플렉서블 복합소재 기반 센서를 개발해 보호복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그래핀(Graphene), 맥신(MXene), 고분자수지(Ecoflex)를 조합한 복합소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내방사선 압력-온도 복합센서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제작된 복합소재의 방사선 테스트 모식도 및 감마선 조사 전후 센서 소재 저항 변화 측정 결과 [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1.06.02 biggerthanseoul@newspim.com |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라듐, 우라늄, 토륨, 폴로늄 등 원소들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이때 원소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방사선이 방출, 방사선은 투과력이 매우 높아 전자장치의 고장을 일으키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고 인체에 노출되면 생체조직에 해를 끼치는 피폭이 생긴다.
그동안 원전 장비는 주로 반도체 소재로 센서를 만든 뒤, 방사선이 뚫지 못하는 납으로 차폐해 보호한다. 보호복 역시 대부분 납으로 제작돼 설비 무게와 부피가 커지고 보호복 역시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통신연은 높은 에너지를 지닌 방사선에 노출돼도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화가 없으면서도 압력과 온도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복합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개발한 센서를 정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성능을 확인했고 그 우수성을 입증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무려 24시간 동안 코발트-60으로부터 감마선 20kGy를 조사했어도 소재에 변화나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사람이 맞으면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강도에서 해당 소재가 버텨낸 것이다.
개발된 센서는 유연한 필름 형태로 제작됐다. 무게가 가볍고 넓은 면적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의복 형태로 만들어 원전이나 병원의 방사선 노출 구역 등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납 보호복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무게에 따라 드는 힘의 차이, 딱딱한 정도에 따라 움켜쥐는 압력 차이, 액체의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센서 민감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의수는 물론, 사람이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방사선 노출이 심한 극한 환경에 투입돼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방사선 차단뿐 아니라 고주파수 전자기파 차폐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5세대(5G) 통신용 전자장치나 자율주행자동차의 레이더 시스템, 항공우주산업 분야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전제품이나 의료 및 국방 등 산업용 전자기기, 극한 환경에 사용되는 전자부품이나 센서, 스마트 전자기기에도 쓸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오랜 시간 축적해온 2차원 복합소재 관련 기술 노하우 덕분으로 알려진다. 적합한 소재를 제조해 조합하는 기술력이 소재 개발에 힘을 보탰다.
최춘기 나노전자원소자연구실 박사는 "이번 기술의 뛰어난 차폐 성능을 활용해 방사선이나 전자파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안전하면서도 편리한 작업이나 전자장치 작동을 쉽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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