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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집값에 '묻지마청약' 과열…무주택자 '내집마련' 바늘구멍 된다

기사등록 : 2021-06-0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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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자이 디 오브'·'동탄역 금강팬테리움 더시글로' 청약시장서 흥행
철도·학교 부족 등 인프라 열악…송전탑 인접 등 입지적 단점 많아
서울 아파트 '공급절벽'에 묻지마청약 기승…무주택자 '내집마련' 요원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집값 상승과 정부 분양가 통제로 청약시장이 '묻지마청약'으로 변질되고 있다. 실거주하기에 입지적 약점이 많은 아파트라도 분양가가 저렴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수요가 몰려들어서다.

청약경쟁률이 세자릿수를 웃도는 등 과열 현상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내집마련'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오포자이 디 오브'·'동탄역 금강팬테리움 더시글로' 청약시장서 흥행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 중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거나 주변에 기피시설이 있는 단지들이 청약시장에서 두자릿수 이상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오포자이 디 오브 조감도 [자료=GS건설] 2021.05.20 sungsoo@newspim.com

우선 경기 광주시 오포읍 고산지구에 들어서는 '오포자이 디 오브'는 지난 1일 1순위 당해지역 청약 접수를 진행한 결과 일반공급 C-3블록(BL) 246가구(특별공급 201가구 제외), C-4BL 240가구(특별공급 208가구 제외) 모집에 평균 15.1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진행된 특별공급 청약 접수에는 C-3BL 17.5대 1, C-4BL 17.6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경기 광주에서 공급된 아파트 특별공급 가운데 최고 경쟁률이다.

분양가(3.3㎡당 평균 1377만원)는 주변 아파트 매맷값에 비해 2억원 가량 저렴하다. 전용 62㎡ 분양가는 ▲C-3블록 기준 3억5510만~3억7280만원 ▲C-4블록 기준 3억3260만~3억7020만원이다. 전용 84㎡ 분양가는 ▲C-3블록 기준 4억1580만~4억8580만원 ▲C-4블록 기준 4억3230만~4억8940만원이다.

반면 단지에서 걸어서 5분 걸리는 힐스테이트태전한가람마을아파트는 전용 64㎡ 호가가 5억9500만원 선이다. 지난 3월에는 5억7500에 거래됐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거주의무도 없다. 당첨된 후 실거주하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 임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자들이 유입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이 당첨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앞서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주상복합 C2블록에 분양한 '동탄역 금강팬테리움 더시글로'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34.9대 1로 집계됐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58㎡A 기타경기(966.0대 1)에서 나왔다. 무려 네자릿수에 가까운 경쟁률이다.

이 아파트도 분양가(3.3㎡당 평균 1525만원)가 주변 시세보다 낮다. 주택형별로는 ▲52㎡A 3억400만~3억4700만원 ▲52㎡B 3억300만~3억3900만원 ▲58㎡A 3억5700만~4억800만원 ▲58㎡B 3억5500만~3억9800만원이다.

단지에서 걸어서 14분 거리에 있는 '동탄역대방디엠시티더센텀'(2021년 1월 준공, 463가구)은 전용 59㎡ 매도호가가 7억7000만~9억원이다. 동탄역동원로얄듀크'(2018년 7월 준공, 434가구)는 전용 59㎡ 매물이 7억2000만~8억2000만원에 나와있다.

◆ 철도·학교 부족 등 인프라 열악…송전탑 인접 등 입지적 단점 많아

다만 두 아파트들이 교육시설 부족, 송전탑 등 입지적 단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싸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오포자이 디 오브는 대중교통이나 학교, 생활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아직 미완성 단계에 있다.

단지에서는 경강선 경기광주역까지 버스로 32분 걸리며 그 외에 다른 철도교통이 없다. 수서~광주 복선전철 건설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일러도 오는 2023년 착공해서 2027년 완공된다. 아파트 입주 시점은 2024년 2월 예정인데 전철이 뚫리는 것은 입주 후인 것이다.

수서~광주간 복선전철 건설사업은 강남구(수서역)에서 성남시(모란), 광주시(경기광주역)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19.48km(신설 14.48km, 기존 경강선 활용 5km)의 복선전철사업이다. 이 철도가 개통하면 경기 광주에서 서울 수서까지 이동 시간이 현재 34~58분에서 12분으로 단축된다.

다만 주변 대중교통이 점차 확충되는 과정에 있다. 성남시 대중교통과에 따르면 오는 14일부터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태전·고산지구를 운행하는 광역버스 3100번 노선이 운행한다.

내년에는 근처에 세종~포천 고속도로 오포나들목(IC)이 개통해 서울 및 광역도시로 이동이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재로 및 성남이천로(3번국도)를 통해 판교·분당신도시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단지 근처에 초등학교 부지가 계획돼 있지만 실제 개교 시점은 광주시 계획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아직은 단지에서 초등학교들과 거리가 멀다.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인 오포초등학교는 버스로 30분 걸린다. 내년 9월 고산1지구에 고산1초등학교가 들어서지만 단지에서 걸어서 20분 소요된다.

오포읍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차 타고 이동하면 경기광주역까지 10분 정도 걸리지만 길이 구불구불하고 다소 불편하다"며 "주변에 빌라나 시골 뿐이라서 교통, 학교 등 인프라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도 주거기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단지 북서쪽 약 350m 지점에 송전탑 및 송전선로가 있다. 입주 후에는 현재 설치된 도로 및 향후 계획된 도로의 설치로 소음, 진동, 매연, 분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동탄테크노밸리 내 있다 보니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다.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보면 초등학생은 늘봄초등학교 및 다원초등학교로 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늘봄초와 다원초 모두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며 버스로는 20분 정도 걸린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동탄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주변 위치도. 파란색은 지식산업용지를 뜻한다. [자료=네이버맵] 2021.05.20 sungsoo@newspim.com

근처에 학교를 신설하기 곤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탄테크노밸리 내 주거용지가 연립주택용지(2.2%), 주상복합용지(2.5%)로 전체의 4.7%밖에 안 돼서다. 문제는 청약 당첨시 5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공급물량도 전용 52·58㎡로 소형 평수 뿐이어서 자녀 키우는 가족이 살기 불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들의 청약열기가 뜨거운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화성시 영천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동탄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는 동탄테크노밸리 내 거의 나홀로 아파트 수준이라서 사는데 불편함이 없을지가 의문"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산업단지 내 있어서 학교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포읍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오포자이 디 오브가 들어서는 오포읍 고산지구는 경강선을 이용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적용대상도 아니어서 분양가가 저렴하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양도세를 아끼려면 사실상 4~5년간 매매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아파트 '공급절벽'에 묻지마청약 기승…무주택자 '내집마련' 요원

이처럼 입지가 다소 열위에 있는 아파트도 청약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올 들어 서울에 아파트 '공급절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가 희소하다보니 아파트가 분양하면 일단 청약하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청약'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6.02 sungsoo@newspim.com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2월에는 서울에 분양하는 아파트가 아예 없었다. 3월에는 974가구, 4월 82가구, 5월 532가구가 분양해 3개월치를 다 합쳐도 채 1600가구가 안 된다. 작년 1~5월 분양물량(6468가구)의 4분의 1에 그치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올해 1~5월 분양한 아파트가 4만386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3만5043가구)보다 25% 많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위례신도시나 광명처럼 수요자들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분양물량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위례신도시 우미린2차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 ▲서울 광진구 자양1구역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3차 재건축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등 인기 지역의 물량이 많았다.

이에 따라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최소 두자릿수에서 많게는 세자릿수에 이른다. 특히 공공택지에 공급되는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로또 아파트'라는 인식이 높아 일부 평형에서 네자릿수 경쟁률도 기록했다.

예컨대 동탄2신도시에 분양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특히 전용면적 102㎡A는 1514대 1로 네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냈다. 나머지 주택형의 경쟁률은 ▲전용 84㎡A 453대 1 ▲84㎡B 322대 1 ▲102㎡B 1063대 1로 집계됐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05.12 sungsoo@newspim.com

전문가들은 이처럼 아파트 공급절벽에 따라 청약열풍이 번지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내집마련'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 팀장은 "최근 분양시장은 예전과 달리 위례, 광교, 하남 미사, 남양주 다산 등 유망지역에 분양물량이 많이 쏟아지지 않다보니 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입지적 열세가 있어도 청약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처럼 일단 넣고 보자는 식의 '묻지마 청약'이 기승하면 진짜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겐 청약 당첨이 점점 '바늘구멍'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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