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중앙노동위원회가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CJ대한통운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 택배업체의 협력사인 대리점과 계약 관계에 택배기사에 대해 중노위가 원청 택배사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전국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택배물류현장에서 택배노동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2020.10.21 leehs@newspim.com |
택배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초심 판정에서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며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노위가 이러한 지노위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한 택배사는 대리점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 택배를 배송한다. 개별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 운송 업무를 위탁한다. 택배사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에 해당하는 만큼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게 CJ대한통운 측의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하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에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는 서브 터미널의 택배 인수 시간 단축 ▲주5일제 적용 ▲서브 터미널 내 주차 공간 보장 등 근무 조건에 대해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 대리점은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만큼 원청과의 교섭이 필수라는 취지다.
중노위는 노조의 주장을 받아들여 CJ대한통운을 택배기사의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중노위는 판정을 앞두고 서브 터미널 운영 방식과 택배기사 근무 실태 등에 대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계약 관계 등 형식에 못지않게 현장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중노위는 CJ대한통운, 대리점, 택배노조를 대상으로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 등을 따지기 위해 수차례 심문회의를 열기도 했다.
택배노조는 이날 중노위 판정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을 앞세워 노조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거절해왔다"며 "즉각 교섭에 성실하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하청 노동자는 어렵게 노조를 결성해도 원청과 교섭을 못해 근무 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원청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본 이번 판정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뿐만 아니라 하청관계에 있는 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판정이어서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번 판정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기존 중노위, 지노위 판정과도 배치되는 내용으로 다툼의 여지가 많다"며 "중노위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며 결정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법원에 판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역시 이번 판정이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에서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 폭증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총은 향후 후속 절차에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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