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가수 유승준(45·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 씨가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발급을 허용해달라며 낸 두 번째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유 씨 측은 재판에서 "정부는 비자발급을 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승소 판결 취지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3일 유 씨가 주 로스엔젤레스(LA)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여권·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의 1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유승준 유튜브] 2021.01.11 jyyang@newspim.com |
유 씨 측 소송대리인은 우선 "2015년 사증발급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시작돼 다섯 번의 재판을 거쳐 결국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났고 지난해 재차 사증발급거부처분이 나와 여섯 번째 소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청은 대법원 판결에 기속돼야 하고 정부의 거부처분은 사증발급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이제는 발급을 해줘야한다는 판결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은 재량권을 행사할 때 고려할 판단기준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공공복리, 국가안전보장이라는 일반적·추상적 사유로 다시 거부처분을 했다"고 지적했다.
유 씨 측은 특히 "이 사안이 20년 동안 입국을 금지할 사안인지 의문이고 20년 동안 논란이 되도록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병역면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 측 대리인은 "대법원 판결은 재외동포 사증 발급을 명하는 취지가 아니며 유 씨 주장대로 해석하면 현행 행정소송법상 인정하지 않는 '의무이행소송'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사증발급에 있어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고 있고 정부는 사증발급으로 인해 발생할 파장이나 사회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까지 유 씨와 관련해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고 그 부분은 부정할 수 없는 공지의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내세우는 사증발급 거부사유가 무엇인지, 어떤 재량권을 행사해 거부처분을 했는지 명확한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 또 유 씨 측에는 사증을 발급받아 입국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유 씨 측 대리인은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유 씨 입장에서는 5년 동안 소송을 해서 이겼는데 상황은 바뀐게 없었고 이 소송을 해야하는지 비관적이었다"며 "이대로 끝내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다 무산돼버린다고 변호사들이 유 씨를 설득해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유 씨는 2002년 1월 해외 공연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이후 유 씨가 병역 기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법무부는 같은해 2월 유 씨에게 입국 금지 결정을 내렸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법무부 장관은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유 씨는 2015년 10월 LA 총영사관에 신청한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비자가 거절되자 비자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원고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는 적법한 처분이며 피고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원고의 비자발급 신청을 거부한 것"이라며 유 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13년 7개월 전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LA 총영사관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파기환송심은 유 씨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도 지난 3월 최종적으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유 씨가 다시 신청한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고 유 씨는 지난해 10월 입국을 위해 재차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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