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하수영 송기욱 기자 = 공군 여군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사건 발생 3일이 지나서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군의 보고 체계상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건 관련 군 보고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지적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9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사건 관련 보고를 언제 받았느냐'는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대해 "정식으로 성추행으로 인한 사망사건이라고 보고를 받은 건 5월 25일"이라고 밝혔다. 피해자가 세상을 떠난 날짜는 5월 22일이다.
서 장관은 "사망 당일(5월 22일) 아침 SNS로 상황 공유하는 방(대화방)이 있는데 여기에 간단히 올라와 있어서 (처음) 알았다"며 "이후 5월 24일 (사망에 관한) 정식 서면보고가 있었고, 5월 25일에는 이 사건이 성추행과 관련된 사건이라는 정식 보고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 모 중사 사건관련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2021.06.09 kilroy023@newspim.com |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성용 총장은 4월 14일에 성추행 사건 발생을 최초로 보고받았다. 이후 피해자가 사망한 채로 발견된 5월 22일 당일 사망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이 때 '4월 14일 보고된 바로 그 성추행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이후 5월 25일 성추행 사건과 사망사건이 동일한 피해자의 사건이라는 것을 인지한 이 총장은 유선으로 서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이다.
이날 서 장관은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당할 당시 소속돼 있던 제20전투비행단의 단장에게 사건이 보고된 시점은 3월 4일이라고 언급했다.
사건 발생은 3월 2일이며, 이튿날인 3월 3일 피해자에 의해 최초 신고가 이뤄졌다. 즉, 약 두 달 이상 국방장관이 사건의 정확한 내막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채익 의원이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보고 체계'라고 비판하자 서 장관은 "예하부대에 사건 관련 권한들이 많이 위임이 돼 있고, 해당 부대에 수사권, 검찰권 등도 다 위임돼 있다"며 "그렇다보니 군(수뇌부)에서는 주요 사건 중심으로 처음에 관장을 하도록 체계가 돼 있다. 이것도 한 번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방위원장)이 '왜 성추행 사건이라는 것이 최초에 장관에게는 보고가 안 됐느냐'고 거듭 질의하자 "장관이나 총장들은 주요 사건 중심으로 보고를 받는다. 예하부대 성추행 관련 사건 보고는 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부연했다.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성추행 등 사건 관련 보고 체계가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단순 성추행 사건이라고 해서 해당 부대에서 처리하고 끝내려는 관행이 사태가 확대되는 결과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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